[교단에서] 우리도 독립군이야
[교단에서] 우리도 독립군이야
  • 경남일보
  • 승인 2018.10.0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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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애리(진주 수정초등학교 교사)
남강 변에는 유독 뜨겁던 지난여름을 둥글게 뿜어 올린 붉은 능금들, 칠만의 유등이 환하게 웃는다. ‘우르릉 쾅쾅’ 불꽃놀이가 시작되고 부교위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줄이 구불구불 생겨났다. 3월부터 시작된 우리말, 우리글 사랑은 시조를 한 편씩 쓰는 일이다. 매일 아침 그날의 시제가 칠판에 씌어 져 있고, 집으로 가는 시간까지 한 편의 시조를 구상하고 새롭게 교정해서 시화로 표현하는 활동을 한다.

“개천 학생백일장에서는 00이 시조부 장원을 했어요.” 친구들은 또 장원했다는 축하를 함께 나누며 ‘나도 참여해 볼 걸’ 아쉬워하는 마음이 가득한 표정이다.

“우리 반에는 장원이 벌써 네 명이나 있어요. 그리고 여러분 모두가 장원인데 다른 친구들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어요. 직접 백일장에 참여해 멋진 솜씨를 뽐내보세요.”

“당신은 우리말, 우리글을 어떻게 사용하고 계시나요?”

언제나 옆에 있고 늘 사용하는 말과 글이지만, 예쁘고 곱게 예절을 잘 지켜가면서 사용하고 있는지? 영어나 한자랑 비교해서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쉽게 외래어를 데려다가 사용해서 쓸쓸하게 소외시키는 데 앞장서 온 것은 아닌지? 욕설이라는 부끄러움도 없이 입에서 쏟아내는 그대로 바깥으로 술술 내보내서 여기저기 상처를 내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은 아닌지?

어른들이 집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과 글은 그대로 교실로 날아와서 교실 안에서 사용되는 말과 글이 된다. 욕설이 되고 낮춤말들이 되어 친구들의 여린 가슴을 날카롭게 찌르는 무기로 돌변하기도 한다. “저 친구가 제게 욕을 사용했어요. 사과받게 해 주세요.”



매일 아침 시조를 쓴다는 도전은 매일 아침 우리말, 우리글을 쓰다듬고 보살피는 일이다.

자꾸만 상처를 받아 밑으로 떨어져 내리는 말들을 주워 담는 일이다. 다독다독 어깨를 두드려 주고 반듯하게 다듬어 제 모양을 잡아 주는 일이다. 온종일 고운 말들을 찾는 여행을 하고 흰 도화지 위에 붓으로 그림을 그려놓듯이 곱게 꾸며보는 일, 그런 일들이 우리 반의 도전 활동이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을 때, 나라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신 분들을 독립투사라고 하지요. 우리글, 우리말을 잘 지키고 가꾸는 여러분도 나라 지킴이 독립투사입니다.”

교실에서 만들어진 고운 시어들이 칠봉산 벼리를 지나 남강을 따라 바다로 흘러간다.
 
신애리(진주 수정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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