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APT 탈락,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현장칼럼]APT 탈락,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 문병기
  • 승인 2018.10.0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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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기자
문병기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사활을 걸고 추진해온 미 공군고등훈련기교체사업(APT)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수 년간 공들여온 사업이었지만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가격 경쟁력과 항공기 성능, 운영상 신뢰성에서 경쟁업체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경쟁사의 예상치 못한 저가입찰에 결국 탈락이란 수모를 당했다.

어느 정도 수주를 자신해온 KAI였기에 충격은 배가되고 있다. 향후 수주 실패가 불러올 엄청난 파장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KAI는 내심 APT사업을 계기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했다. 세계 항공산업을 주도하는 미국에 항공기 수출을 통해 항공시장의 주도권을 가지려했다. 이를 기반으로 2020년 매출 10조 원, 2030년 매출 20조 원을 달성해 세계 5위 항공우주체계종합업체로 도약하는 데 초석이 되길 기대했다.

여기에 방산비리혐의로 인해 바닥으로 추락한 신뢰도 회복하길 바랬다. 감사원의 섣부른 판단으로 야기된 ‘수리온 부실덩어리 파문’과 ‘마린온 추락사고’ 등 잇따른 악재들도 털어 내고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럴 경우 KAI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함으로써 장밋빛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항공산업의 메카임을 자부해온 사천시도 마찬가지다. APT사업 성공은 지지부진한 국가항공산업단지와 항공MRO 사업등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는 항공관련기업들의 창업이나 이전, 인구유입과 도시팽창 가속화도 크게 앞당길 것으로 기대했다. KAI의 비상은 사천뿐 아니라 우리나라 항공산업이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이 주는 무게도 만만치가 않다. 분명 APT사업 실패는 KAI와 사천시에 충격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KAI가 문을 닫거나 사천을 떠나지 않을 것이며, 항공산업이 퇴출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KAI가 이 사업에 ‘올인’은 했지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한 증권사가 “보잉이 낙찰받은 가격으로 APT사업을 수주했다면 10년간 2조원 이상의 적자를 가져왔을 것이다. 감내할 수 없는 초저가 수주는 승자의 독배가 될 수 있다”고 밝혔 듯, ‘속 빈 강정’에 불과할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더 이상 APT사업 실패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지 못할바엔 새로운 샘을 파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KAI가 지금의 자리에서 튼튼한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숱한 난관들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와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지부진했던 한국형전투기사업(KF-X)과 수리온 파생헬기, T-50 고등훈련기 등 핵심사업들의 내수와 수출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추진중인 항공 MRO사업과 차세대 중형위성개발사업들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이 모든 것은 KAI만의 힘과 노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제는 정부와 경남도, 사천시가 적극 나서라. 위기에 처한 KAI와 우리나라 항공산업을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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