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도전]관절 헝겊 인형작가 류오동씨
[행복한 도전]관절 헝겊 인형작가 류오동씨
  • 임명진
  • 승인 2018.10.0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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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따듯함을 전해주고 싶었어요”

“헝겊이 주는 부드러움과 포근함에 매료돼 인형의 재료로 사용하게 됐어요. 많은 분들이 제 인형을 보면서 저와 같은 감정을 느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헝겊 인형작가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류오동(49)작가의 말이다. 낡고 찢어진, 이제는 그 소용이 다한 천 조각들도 그의 손을 거치면 하나의 작품이 된다.


마치 사람처럼 마디, 마디 관절이 움직이고 표정까지 짓는다.

 

 


류 작가는 “사람과 비슷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인형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헝겊을 소재로 한 이유도 그래서다. 어깨와 팔꿈치, 무릎, 손목, 다리 등의 관절이 사람처럼 움직인다고 해서 ‘관절 헝겊인형’이라고 한다.

인형 작가로 나서겠다는 결심을 한 건 6년 전. 아무도 인형에 관해 가르쳐 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열정만으로 독학에 매진했다.

다른 작가들의 인형을 수집하고 관련 자료들을 연구하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주변의 지인들도 든든한 후원자다. 그가 가장 반기는 선물은 못 쓰는 물건이나 헌옷가지. 똑같은 형태의 인형이라도 어떤 분위기의 옷을 입히느냐에 따라 캐릭터의 성격과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인형을 만드는 작업 외에도 의상과 가구나 다른 소품을 직접 제작한다.

사진 왼쪽부터 류오동 작가가 손끝으로 가슴으로 낳은 첫째아이 '비비아나'와 엄마 인형 '마담 리우' 그리고 작가가 직접 제작한 인형가구. 

그렇게 그의 첫 작품인 여자아이 인형, ‘비비아나’가 탄생됐다. 실제 두 아들을 둔 류 작가는 마치 딸을 얻은 듯 기뻤다고 했다.

그의 인형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모습들을 하고 있다.

첫 작품인 비비아나를 만들고 나서 엄마 인형인 ‘마담 리우’를, 가족, 이웃, 친구들까지 100여 개의 인형작품이 차례로 제작됐다.

인형을 만드는 작업은 바느질부터 인형의 의상, 소품제작까지, 길게는 두 달여의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다.

류 작가는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으면서 남들이 여태 하지 않은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고 생각했다”면서 “인형의 눈과 코, 입까지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무엇보다 차별화는 관절을 움직이는 인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보통 인형들은 고정돼 있는 자세로 서 있는데 반해 그의 인형은 관절을 움직여 보다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자 했다.

류 작가는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관절을 만들었는데 헝겊 솜의 팽창 성질 때문에 관절이 완전히 맞물리게 하는 게 참 어려웠다. 여러 번 시도 끝에 지금의 방식을 적용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의 인형은 다른 작가들의 인형에 비해 크기가 무척 크다. 단순한 인형이 아닌 인형마다 이름과 가족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지난 6월에는 이런 인형 이야기들을 모아 소설, ‘마담 리우의 인형이야기’ 1, 2권을 연달아 출간했다.

그의 소설은 일상의 이야기와 각자의 입장이나 가치관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인형을 매개로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인형의 모습은 사람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양한 세대, 연령에 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형을 통해 풀어내고 싶었어요”
지난 8월 8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인사이트((구)인사이트 스페이스)에서 열린 2018 류오동인형조형전의 모습./사진제공=류오동작가
지난 8월 8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인사이트((구)인사이트 스페이스)에서 열린 2018 류오동인형조형전의 모습./사진제공=류오동작가

꿈에 그리던 개인전도 열었다. 지난해 진주문화예술회관에서 첫 개인전을 여는 등 류오동이라는 작가 명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본명이 류미정인 그는 현직 중학교 영어교사이다. 인형을 다루는 만큼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바느질 솜씨처럼 꼼꼼하다.

교사의 경험은 다양한 인형을 표현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제각각 개성을 가진 제자들의 모습이 인형에도 투영되기 때문이다.

40대 중반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 그에게 제자들이 ‘멋있다’는 말로 응원을 보냈다. 그 자신도 제자들에게 열심히 하면 된다는 본보기를 보여준 것 같아 뿌듯함도 느낀다.

류 작가는 고향 진주에 인형박물관, ‘두루비 갤러리움’을 짓는 게 꿈이다. 두루비는 ‘온 세상을 두루 두루 비춰라’는 뜻이다.

“많은 분들이 인형이 전해주는 따뜻함과 행복함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고향 진주에 인형박물관을 지어 인형이라는 문화콘텐츠를 심고 인형을 통해 사랑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임명진·박현영기자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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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8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인사이트((구)인사이트 스페이스)에서 열린 2018 류오동인형조형전의 모습./사진제공=류오동작가
인형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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