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8)
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8)
  • 경남일보
  • 승인 2018.10.11 09: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늘과 아랑곳한 말
요즘 같은 때 구름이 걷힌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신 적이 있는지요? 어쩜 저런 빛이 날까 싶은 생각이 드는 아름다운 빛깔을 가진 하늘을 보셨을 텐데 저는 그 빛깔이 바로 ‘하늘빛’다운 ‘하늘빛’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을 하늘이야 말로 하늘다운 하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하늘’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몇 가지 알려드립니다.

먼저 ‘하늘마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늘과 같이 맑고 밝고 넓은 마음’이라는 뜻인데 우리 ‘어버이’ 마음과 견줄 수 있는 좋은 말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슴벌레’를 다른 말로 ‘하늘가재’라고 한답니다. 머리에 달린 집게가 가재와 비슷한데 날아다니니 그런 이름을 붙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람쥐 가운데 하늘을 날아다니는 다람쥐를 ‘하늘다람쥐’라고 부른 것과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늘소’도 땅에서 사는 ‘소’와 닮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풀이가 있는 것을 보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말 만드는 수를 엿볼 수 있는 말들입니다

저희 모임 이름이 ‘토박이말바라기’인데 해를 바라보는 ‘해바라기’처럼 토박이말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토박이말바라기’라는 말을 만들었습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 ‘하늘바라기’가 있습니다. 이 말은 ‘빗물이 있어야 벼를 심어 기를 수 있는 논’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벼가 잘 자라려면 하늘만 바라보고 비가 오기를 바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천둥지기’라고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비행기를 타 보셨을 것입니다. 그 분들이 다닌 길이 바로 ‘하늘길’입니다. 땅으로 가는 길은 ‘땅길’이고 바다로 가는 길은 ‘바닷길’이지요. ‘육로’ ‘해로’ ‘항로’보다 한결 쉬운 토박이말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다니는 길의 가장자리를 ‘길가’라고 하고 흘러가는 물의 가장자리는 ‘물가’라고 하듯이 하늘의 끝은 ‘하늘가’라고 합니다.

철이 바뀌는 요즘 같은 때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다고 하는데 저도 몇 차례 궂은 기별을 듣고 슬픔을 나누고 왔습니다. 이처럼 같은 하늘 아래 사시다가 돌아가신 분들이 계시는 곳은 ‘하늘나라’입니다.

하늘이 들어간 말 가운데 ‘하늘구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가려진 것의 틈으로 내다보이는 하늘을 뜻’하기도 하고 ‘덮였던 구름이 갈라지면서 나타나는 하늘의 작은 부분’을 뜻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 하늘구멍으로 내리 비치는 햇빛이 참 아름답고 신기하게 느낀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아마 이런 햇빛을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쪽빛 가을 하늘을 보시며 하늘이 들어간 말들 떠올려 써 보는 분들이 많기를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