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중소기업의 기술을 보호해야
[아침논단]중소기업의 기술을 보호해야
  • 경남일보
  • 승인 2018.10.1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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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중소기업의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거나 대기업에 의해 탈취 당함으로써 중소기업이 입는 피해가 심각한 가운데,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특히 중소기업의 기술유출을 근절시키고자 하는 취지에서

출범 직후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키고 중소기업의 기술유출 근절을 위한 강한 의지를 비치고 있지만, 지난 5년 동안의 기술유출 건수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고 그 피해액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술유출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첫째는 퇴직자나 기업의 처우에 불만을 가진 내부자에 의한 유출로써 우리나라 중소기업 기술유출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국내 기술의 해외유출 피해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어서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한데, 이것은 어쩌면 기업 자체의 관리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므로 결국에는 기업이 신속하게 특허를 출원하여 피해발생을 방지하고, 법적으로는 기술유출자에 대한 처벌강화를 통해서 이를 방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는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악용하여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앗아가는 기술탈취 유형이다. 특히 대기업과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에서는 계약체결 과정에서 대기업이 요구하는 기술자료나 도면을 제공할 수밖에 없는데, 심지어 계약체결 이전부터 이러한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취득한 중소기업의 기술을 대기업이 독자적으로 사업화해버리거나 또는 해당 중소기업과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다른 중소기업에 기술을 유출시켜서 제품을 생산·납품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기술탈취 또는 기술유용을 경험한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을 상대로 아무런 법적 조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기술유출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의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대기업과의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최소 6개월에서 3년 정도 걸리는 소송에 대한 비용부담과 소송결과에 대한 불안도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중소기업의 기술탈취·유용에 대한 피해를 구제하고자 ‘중소기업기술 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에 ‘중소기업기술분쟁 조정·중재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지만, 그 실효성 때문에 정작 중소기업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왜냐하면 중소기업의 기술을 침해한 대기업이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면서 앞으로는 피해기업의 신고에 따라 중소벤처기업부가 조사하여 해당 기술을 적정한 값에 구입하도록 하는 등의 시정을 권고하고, 만약에 이 시정권고를 따르지 않는 경우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이 시정권고의 내용을 공표하는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기술 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5월 28일에 국회를 통과하여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당초 논의되었던 시정명령이 아닌 권고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점과 처벌규정의 삭제로 인하여 여전히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술탈취·유용의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이 신고를 하거나 소송을 제기하여 적절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와 함께 이를 대하는 정부와 법원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여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중소기업의 기술이 기 제품에 사용된 핵심기술이 아니라 이미 일반화된 기술이라는 주장을 하면 중소기업이 이를 입증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고나면 새로운 기술이 쏟아져 나오는 현대사회에서 중소기업의 핵심기술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 이미 일반화된 기술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탈취 사안에 대해서는 피해기업이 해당 기술에 대한 제공 사실을 입증하고 침해기업이 처음 제공받은 시점에서 해당 기술이 이미 사업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하는 입증책임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이 수백억 또는 수천억 원의 기술개발비를 투자하여 획득한 핵심기술은 기업의 존망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일 뿐만 아니라 하나의 핵심기술이 수조원대의 가치를 지니기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술유출은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의지를 약화시키고 결국에는 우리나라 경제에도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의 개입을 통한 시정이나 소송을 통한 손해배상액의 결정에 있어서도 중소기업이 핵심기술의 유출로 인하여 입은 실질적인 피해액을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중소기업의 기술유출에 대한 처벌을 더욱 강화하고 징벌적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는 등 더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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