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혼자가 아니야
괜찮아, 혼자가 아니야
  • 경남일보
  • 승인 2018.10.1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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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수(진주준법지원센터 소장)
김송수

보호관찰관이 하는 일은 크게 보호관찰, 사회봉사명령, 수강명령, 조사 등이 있는데, 수년 전에 필자가 조사담당관으로 일할 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하나를 얘기하고자 한다.

참고로, 보호관찰소에서 하는 조사업무란 범죄자에 대하여 검사 또는 판사의 요청으로 보호관찰관이 범죄자의 인격 및 제반환경, 재범위험성,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객관적, 과학적으로 조사하여 구형 및 양형, 범죄자 처우의 기초자료로 제공하는 제도이다.

하루는 절도범죄를 저지른 한 소녀를 면담조사하게 되었다. 소녀와 그의 어머니를 처음 만나던 날, 낯선 분위기 탓인지 긴장과 경계의 눈빛으로 두 사람은 나의 질문에 짧은 답변으로 일관하며 좀처럼 마음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조사 중에 소녀는 어렸을 때 부모 이혼으로 어머니의 보호아래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으며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불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사업무를 하다보면 소녀보다 더 불우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는 청소년들을 자주 만나기에,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천천히 들려주었다. 그래도 너는 지금 옆에 걱정과 애정 어린 눈빛으로 지켜봐주는 어머니가 있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소녀는 어머니를 힐끗 쳐다보고는 멋쩍은 듯이 웃었다. 긴장이 조금 풀렸는지 모녀는 이따금씩 나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소녀에게 장래희망을 물었더니 바리스타가 되어 자기만의 개성 있는 카페를 차리고 싶다고 했다.

장래에 멋진 바리스타가 되어 자신의 꿈을 이룬 소녀가 사람들에게 향기로운 커피를 선사하며 미소 짓는 모습을 잠깐 상상해 보았다. 마지막으로, 소녀에게 한 번의 실수는 누구든지 할 수 있으니 더 이상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분명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해 주었다. 올 때와는 다르게 서로 손을 꼭 잡고 보호관찰소를 나서는 모녀의 발걸음은 마치 푸른 희망으로 수놓은 구름 위를 걷는 듯 가벼워 보였다.

지금 이 순간, 세상에 나 혼자라고 생각하며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청소년이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거울 속 ‘나’에게만 집중하지 말고 고개를 돌려 옆을 봐…, 혹여나 네가 잘못될까봐 작은 실수라도 할까봐 걱정과 사랑으로 항상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지 않니? 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조금만 힘내! 넌 혼자가 아니야.

 

김송수(진주준법지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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