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산의 학춤 남미에서 '강렬한 몸짓'
월산의 학춤 남미에서 '강렬한 몸짓'
  • 김귀현
  • 승인 2018.10.1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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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명 선생 수제자 박월산 씨 남미공연
품위와 우아한 자태의 새, 학. 조류의 몸짓을 스물 네 가지 동작으로 나눠 무대에는 사람이 난다. 진주문화원 지하 연습실 안에 그 춤사위 한편이 벽마다 매달려 있다. 지난달 열린 2018 대한민국 무형문화재다전 대대손손에서는 침선 장인이 손수 박음질한 도포를 입은 모습이었다. 갓 아래 도포는 훤칠한 몸씨를 그대로 드러낸다.

중요무형문화재 양산학춤 기능보유자·경상남도 무형문화재 3호 한량무 보유자 故 김덕명 선생의 수제자(‘김덕명류 학춤’ 전승자)인 박월산 씨다. 본보 박세제 전 사장의 계녀, 경남무형문화재 제3호 한량무보유자후보로 잘 알려진 그는 국내 공연은 물론 일본, 남미 등 국제협력 공연으로 해외를 오갔다. 이번에는 그가 문화재청 초청 공연을 위해 이달 중 남미행에 나선다.

박월산 씨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각국 주대사관 주관 공연에 경남지역에서는 유일하게 명무 명인으로 선정돼 무대에 오르게 됐다”며 “오는 24일부터 네덜란드, 브라질 2회를 시작으로 우루과이와 칠레 등에서 공연을 이어 펼칠 예정이다”고 말했다.

‘남성춤’으로 알려진 학춤을 사사받은 그는 김덕명 선생의 맥, 민속춤의 대를 잇는 제자들 중 한 명이다. 수많은 무대 경험을 거친 그도 이와 같은 공연은 처음이다.

박 씨는 “수 해전 한국문화의집에서 열렸던 공연을 중앙에서도 인정받은 경험이라 본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특히 가까워 보는 이들의 눈이 내 춤사위 하나하나에 닿을 정도였다. 외발로 지탱하는 순간 그들의 시선이 언뜻 떠오른다”면서 “젊을 적에는 오히려 겁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꿈은 넓고 크게 꾸라고 하지 않는가. 한 마리 새를 닮은 근대의 춤, 우리만의 귀중한 춤을 세계화 하는데 도전하기로 했다. 이번 기회가 곧 우리 춤이 세계화 콘텐츠화 되는 걸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창작무용으로 춤을 시작해 두각을 보인 그는 춤을 배운지 사흘 만에 무대에 서는 기회를 얻을 정도였다. 집에서는 ‘사당’된다며 극심히 반대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박 씨는 숨어서 춤을 배웠다. 춤에 대한 열망이 빛을 발한 건 고등학교 시절. 본격적으로 춤을 추기 시작해 지금까지 예무의 길을 걷고 있다.

박월산 씨는 본명 대신 호(월산·月山)를 따 수십년 간 활동 중이다. ‘월산’은 우리 시대 ‘마지막 기녀’와 만나면서 얻게 됐다. 그들과 함께 공연을 진행한 이후 일종의 연회 자리가 있었고, 당시 학자들과 함께 어우러진 자리에서 호를 받게 됐다.

그런 그는 그동안 지역 소재 학춤전승보존회에서 고문을 맡고 후계자 양성에도 힘쓰고 있었다. 전국 각지에 지부를 둔 보존회는 총 100명 가량의 회원을 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박 씨는 “전공자여야만 한다는 생각보다는 노력으로 전문성을 갖는데 힘쓰라고 권하고 싶다. 의지만 있다면 우리 전통 춤을 배우는데 장벽은 높지 않을 것이다. 우리 토속의 것, 그 명맥을 우리가 이어야 하지 않겠나”고 전했다.

김귀현기자 k2@gnnews.co.kr



 
경남무형문화재 제3호한량무보유자후보, 김덕명류 학춤 전승자 박월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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