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발효음식의 산실 장독대와 폭염
[농업이야기]발효음식의 산실 장독대와 폭염
  • 경남일보
  • 승인 2018.10.14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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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종(경남도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 농업연구관)
하인종

전통장류식품은 국민건강과 생명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다.

국내 장류식품의 생산액은 1조1000억 원으로, 연평균 성장률이 3.8%에 이르며 매년 지속 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장류식품은 된장, 고추장, 간장, 청국장으로 대변되며, 밭에서 나는 고기라는 별칭까지 있는 콩을 주원료로 하여 발효과정을 거친다. 이들 식품은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하여 영양가가 높고 기능성도 뛰어난 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예로부터 장은 모든 음식 맛의 기본이며, 능히 백가지 풀독을 푼다고 하여 각 가정에서는 해마다 장 담그기에 정성을 기울여 왔다. 집집마다 장 담는 방법과 비율이 다르고 지역별 기후도 달라지고 있는 요즘, 상황과 여건을 감안한 지방마다 특색 넘치는 음식문화가 형성되면서 전통 장류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

장 담그기는 1년 농사라는 말에서 보듯 가정에서는 매우 중요한 연례행사로 인식되어 왔다. 이런 이유로 외부환경으로부터 장이 오염되지 않도록 몸과 마음을 다하는 정성이 담긴 음식문화가 대대로 이어져 왔다. 정월달 말날에 장 담그기를 하는 것은 말날이 예로부터 귀신도 못 돌아다닌다고 하여 길일로 여겼기 때문이다. 담근 장은 장독대에 놓여 발효과정을 거친다. 장독은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고 햇볕 좋은 날에는 뚜껑을 열고 닫기를 반복하였으며, 갑자기 소나기가 내릴라 치면 장독뚜껑을 닫는다고 부산스레 움직여야만 했다. 특히 여름철에 빗물이나 물이 들어가면 곰팡이가 피게 되고 맛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레 다루었다. 더불어 장독대는 정안수를 떠놓고 집안의 평안무사와 소원성취, 자식들의 건강과 출세를 위한 기도와 치성을 드리던 곳이기도 하다.

이렇듯 우리의 식생활 문화와 함께 수 천년동안 정성이 깃들고, 조상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장독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급속히 진행된 산업화와 날로 심해지는 환경오염, 그리고 온난화까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섭씨 40도 돌파, 111년만의 더위, 대프리카 라는 단어들은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기온을 기록하였다”는 지난여름을 수식하는 말들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5차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기온은 3.2도, 강수량 15.6%, 해수면 27㎝ 상승된다고 전망하였다. 내륙을 제외한 전국의 기후가 아열대화 되며 계절의 길이는 서울을 기준으로 봄과 여름은 한 달 정도 길어지고, 겨울은 한 달 가량 짧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름동안 노지에서 자연발효와 숙성과정을 거쳐 밥상 위에 오르던 농가형 장류식품들이 한여름의 급격한 고온현상으로 발효미생물의 품질변화와 이상발효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의 전통장류 생산업체 7개소를 대상으로 장류의 제조방법과 환경 및 품질에 대한 조사 분석을 실시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요소를 세밀하게 분석하여 장류식품의 생산여건을 고려한 발효조건과 품질제어 기술을 제시하고 개선해 나가고자 한다.

우리 민족 대대로 가족건강을 지켜왔던 발효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여 발효문화가 후세대까지 계속 이어지고 국민건강을 지켜나가는 초석이 되기를 바라본다.


하인종(경남도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 농업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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