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 애(愛)술제
개천 애(愛)술제
  • 경남일보
  • 승인 2018.10.1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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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명상지도사)
강신

7만여 개의 크고 작은 등으로 일렁이던 남강유등축제가 끝이 났다. 태풍 콩레이가 방문하는 바람에 이틀간 휴장을 했지만 주최 측에서는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 발표를 내놓았다. 남강유등축제는 개천예술제에서 파생되었지만 본래 행사인 개천예술제보다 더 큰 축제가 되었다. 이런 경우에 청출어람이란 표현을 써도 괜찮은지 잘 모르겠지만 주객이 바뀐 것에는 이견이 없다.

진주 사람이면 누구나 개천예술제에 대한 추억을 하나씩 가지고 있듯이 나 또한 몇 가지 기억들이 저장되어있다. 90년대 초 진주로 직장을 옮기면서 매년 시월에 열리는 개천예술제에 빠지지 않고 참여를 했다. 그 당시 축제가 열릴 때는 직장 동료들과의 인사가 “예술제 갔다 왔나?” 혹은 “개천 장에 갔다 왔나?” 묻는 것이었다. 물론 시가(Cigar)라 불리는 시커먼 잎담배를 물고 있으면 개천예술제를 수료(?)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따로 질문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시가는 뽑기에 실패한 사람들의 서운한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지급된 위로품이다. 쉽게 말해 뽑기를 했는데 양주 한 병이나 양담배 한 보루에 걸리지 못하고 꽝이 나왔다는 것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축제에 먹거리를 뺄 수는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애주가들은 도도히 흐르는 남강을 바라보면서 파전에 막걸리를 마시던 추억을 잊지 못할 것이다. 분위기에 젖어 한 잔 한 잔 더하다보면 취기가 오르고 멀쩡하게 걸어 나갔던 사람들이 예술제 장마당에만 다녀오면 혀가 꼬부라지고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개천에 술제‘이다. ‘개천에 술축제’라는 뜻으로 어느 분이 처음 그렇게 불렀는지 모르지만 참으로 기발한 작명이다.

또 지금은 사라졌지만 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고무줄 뽑기, 팽이 돌리기 등 야바위꾼의 등장이다. 고무줄 뽑기는 짧은 줄 두개가 위로 올라와 있기 때문에 아무리 뽑아도 긴 고무줄을 뽑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많은 세월이 흐른 후에야 알았다. 팽이돌리기는 고등학교 학생 모자 윗부분만 뜯어 바닥에 펼쳐놓고 손잡이가 달린 육각 혹은 팔각팽이를 양손바닥으로 휙 돌려서 넘어지면서 보이는 면의 표식에 따라 돈이 오가던 게임이다. 야바위꾼 역시 축제의 일부분이란 생각이다. 프로이트는 축제는 본능을 억압하는 것의 폐기, 해방을 향한 문화라고 했다. 한마디로 질서의 유지라기보다는 금기의 위반, 과도함과 난장트기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지인의 안부 문자에 무릎을 친다. “개천 애(愛)술제에서 막걸리나 한 잔 합시다”

 

강신(명상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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