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이명박 전 대통령
[경일포럼] 이명박 전 대통령
  • 경남일보
  • 승인 2018.10.2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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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경남작가회의 회원)
1960년생인 박영진은 전태일과 쥐띠로 띠동갑이다. 분신사건이 일어난 1986년에는 그의 나이 27세였다. 1980년대는 저임금 장시간 근로를 하면서도 사람다운 대우를 받지 못하던 노동자들이 처우조건 개선을 요구하면 어김없이 부당해고를 당하던 시절이었다. 박영진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생각하면서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했으나 회사, 노동부, 경찰까지 일치 단결해 유령노조를 만들어 박영진이 낸 노조설립신고서를 되돌려 보냈으며 회사로부터는 곧바로 해고당하였다. 다시 취직한 신흥정밀이라는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986년 3월, 박영진은 자신의 몸에 석유를 뿌리고서 분신하였다. 박영진이 죽은 지 1년 만에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치고자 하는 노동자 스스로의 노력이 합법적인 쟁의로 인정되기 시작했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이루어진 시기였다. 박영진은 죽기 이틀 전에 후배 여성노동자에게 편지를 썼다. ‘사랑하는 명숙에게’로 시작하는 편지에서 그는 ‘한국의 예수’ 전태일을 이야기하면서 ‘한국의 예수처럼 남을 위할 줄 아는, 남들과 더불어 사는 내가 되고 싶다’고 하였다.

예수님은 예루살렘 부잣집이 아니라 베들레헴 마굿간에서 태어났다. 강자로부터 핍박받는 약자를 돕는 것이 이 땅에 하나님의 평화가 오게 하는 것이다. 이들을 외면하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3일부터 29차례 재판을 받았고 적용된 혐의만 16가지이다. 9월 6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는 횡령, 뇌물 등의 혐의로 결심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징역 20년, 벌금 150억원, 추징금 111억원을 구형하였다. 변호사의 변론에 이어서 판사는 피고인인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최후진술을 하겠느냐고 물었다. 왜냐하면 그동안의 검찰신문에 대해서 진술거부를 해왔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9월 4일의 25회 공판에서는 검찰이 86개 질문을 하는 50분 동안 한 마디도 하지 않았으며 아예 증인석 탁자에 놓인 마이크를 손으로 밀어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결심공판에서는 일어서서 최후진술을 하였다. “… 지나온 여정을 돌아보면서 저를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대한민국에 대한 사랑, 국민에 대한 존경을 확인하고 안녕을 빌었다.… 저는 기도를 계속할 것이다. 어디에 있든 깨어 있을 때마다 이 나라, 이 국민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하였다. 결국 한달 후인 10월 5일,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원이 선고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누구에게 기도하였던 것일까? 사회적 약자를 편들어주시는 박영진의 하나님은 아닌 것 같다. 구약성서의 출애굽기 32장 1~8절에는 모세가 산에 있는 동안에 백성들이 금송아지를 만들고 그 앞에 제단을 쌓고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신약성서인 누가 복음 16장 13절과 마태복음 6장 24절에서는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니 혹 이를 미워하며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며 저를 경히 여김이라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라고 한다. 바로 재물을 인격화하여 표현한 존재가 맘몬이다. 중세시대에는 타락한 천사의 하나로 마귀의 형상을 가진 존재로 그려지기도 했다. 존 밀턴의 ‘실낙원’에도 등장한다. 아마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 맘몬에게 기도를 한 것 같다. 아니면 금송아지이거나.

하나님과 맘몬을 구분하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시인 이선관은 그의 시 ‘설마 하느님은 아니겠지’에서 ‘부자를 부자로 자꾸자꾸 만들어 주고/ 가난한 자는 가난한 자로 자꾸자꾸 만들어 주는/ 전지전능하신 그분이/ 설마 하느님은 아니겠지’라고 하였다. 분명 그분과 그분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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