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단] 진땀 (오하룡 시인)
[경일시단] 진땀 (오하룡 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18.10.2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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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삭막한 길을 걸어왔다

딴 길을 걷고도 아는 길을 걸은 척 했다

멀리 두르고 둘렀는데도

지름길로 온 척 했다

손해를 보고도 오히려 이득을 본 척 했다

마음에 없으면서 있는 척 다소곳이

예라고 대답한 적 있다 아니 많다

그 말로 내가 아닌 내가 되게 했다

지금도 내가 아닌 나를

나라고 생각하면 진땀이 난다



감정을 가두는 벽이 견디다 무너져 칼날이 될 때도 있다. 그래서 인격이라는 이름으로 감당하는 일들에 온 몸에 진저리가 처져도 굴레에 나를 가두어야 할 때도 많다. 간혹 스스로를 제어하는 과정에서 저 안에서 들끓는 열기가 기어코 통제를 벗어나 피를 흘러 잠 못 이룬 적도 많다. 저 어둔 천장을 향해 마구 핑계를 뱉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온 몸에 진땀이 난다. 팽팽한 긴장과 마찰이 온통 뜨거울 때 더 그렇다. 나와 내의 경계에서 진땀을 견디고 산다. 참 모두들 오래 견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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