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변화 일으키는 한 사람의 손길
[객원칼럼]변화 일으키는 한 사람의 손길
  • 경남일보
  • 승인 2018.10.2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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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중(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항공기계과 교수)
어느 때부터인가 오른 쪽 고관절에 갑작스레 가벼운 통증이 나타나 잠깐이지만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워지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가래 속에 검붉은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하였다. 별 일 아니겠지 하면서 그냥 무시하고 넘어갔는데, 빈도가 점차 증가하면서 신체 내부의 이상 증세에 대해 신경이 쓰이며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병원에서는 뚜렷한 이유를 알 수 없어 가벼운 물리치료 한 차례 받고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유사 증상에 대해 알아보고 그 원인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 것이 운동이 부족해서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이곳 저곳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이라 여기고 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매일 아침 출근 전에 동네에 있는 석갑산을 1시간 이상 오르내렸다. 처음에는 숨도 많이 차고 지쳤는데 점차로 적응하면서 주말에는 인근에 있는 산들을 다니면서 몸이 많이 좋아져 지리산 천왕봉까지도 무난하게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어렸을 때 워낙 많이 뛰어 놀며 자랐던 영향인지 뱃살과 체중도 줄고 가래에 섞여 나오던 피도 사라지고, 고관절의 불편함도 사라졌다. 꾸준히 운동하면서 많은 땀을 흘리게 되고, 빠른 혈액 순환으로 염증 같은 것들이 사라지면서 이상 증상이 없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집 앞에 매일 부담 없이 오르내릴 수 있는 석갑산이라는 좋은 산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자그마한 행복을 느낀다. 이렇게 매일 오르내리던 중에 언제부터인가 석갑산 정상 인근 운동기구가 있는 곳 주위의 모습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어떤 남자분이 자신의 정원처럼 숲의 작은 공간을 꾸미고 계셨다. 꽃과 정원수도 심고 무거운 돌도 어디서부턴가 지고 와 꾸미면서 점차로 멋진 공간으로 변화되어 가는 것이었다. 조성된 정원 구석구석 자그마한 것까지 섬세한 손길이 지나간 흔적을 볼 수 있고, 지금도 조금씩 새로운 것이 추가되면서 변화 되어 가는데, 이제는 소박하지만 어느 좋은 집 정원 부럽지 않을 정도로 가꾸어졌다는 생각이다. 혼자서 묵묵히 일하시는 모습을 몇 차례 보면서 가벼운 인사라도 건네고 싶었는데, 출근으로 시간도 여의치 않고 소심한 성격에 그냥 감사하는 마음만을 간직한 채 지나치곤 했다. 오늘 생각난 김에 ‘석갑산 정원’, ‘석갑산 공원’으로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평거동에 사시는 분이 돌탑과 석부작, 조각장승, 솟대 등과 동백, 목련, 향나무 등의 나무를 식재하여 지나가는 등산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최근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서툰 솜씨지만 이 곳을 등산하시는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여 박수를 받으니 큰 보람으로 여기게 되어 앞으로도 정성을 다하여 가꾸어 갈 것”이라는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마음 속에 잔잔하지만 큰 감동이 있었다.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주는 것도 보지 못했고, 늘 혼자서 일하시는 모습만을 보아왔는데, 한 사람의 수고로 그 곳을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머리 속에 그려본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지만 요즘 세상을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해보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모습이 정도를 벗어나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면 주위 사람들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기도 하는 혼란스럽고 각박한 세상을 살아 가는 동안 마음에 여유가 없어지는 필자에게 주위의 자그마한 변화가, 그 변화를 일으키는 한 사람의 손길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고, 나는 무엇으로 자그마한 것이라도 기여할 수 있을까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원활한 혈액순환이 만병의 근원을 예방하는 것처럼 우리의 생활 모습이 서로에게 활력이 되어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지길 소망한다.
 
이시중(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항공기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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