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참 진주, 더욱 참하게
[경일포럼]참 진주, 더욱 참하게
  • 경남일보
  • 승인 2018.10.2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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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변리사, 전 대한변리사회장)
우리 한글을 돌아보는 달이다. 한글은 배우기 쉽다. 외국인일지라도 몇 시간이면 읽고 쓸 수 있을 정도로 배우기 쉽다. 어느 분이 서울에서 미국 가는 비행기 안에서 외국인에게 한글 자모를 가르쳤는데, 2시간이면 알더라고 한다. 특별한 사례이겠지만, 그만큼 익히기 쉽다. 한글에서는 따로 발음기호가 필요 없다. 글자로 쓴 그대로를 읽고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은 외국어를 배워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영어는 같은 A가 들어간 단어라도 위치에 따라 소리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철자와 동시에 소리도 외우고 익혀야 한다. 우리 글자로 적은 ‘사랑’은 어디에 있더라도 같은 소리 ‘사랑’이다. 이것이 ‘서랑, 세이렁, 서랭...’ 이렇게 읽힐 수 있다면 참 어렵다. 이렇게 우수한 한글이 우리에게 있다.

글자는 기록 수단이다. 글자는, 정보를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고 기록할 수 있으면 좋은 글자다. 글자 자체를 예술로 보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읽을 수 없는 어려운 한자를 적어놓고 그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이 있다. 글자와 그림을 혼동하는 사람이다.

진주시청 누리집(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바로 ‘참 진주’가 뜬다. 서울시에 가면 ‘I SEOUL U’가 뜨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영어로 된 상징 구호를 내세우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진주가 참 진주답다.

진주시 정책을 소개하는 자료를 자세히 보면 굳이 외래어를 쓰지 않아도 될 곳에 외래어를 쓴 곳이 자주 보인다. ‘진주의 비전, 체육 인프라 구축, 월아산 우드랜드, 마운틴 힐링 네트워크 구축, 아트 포럼, 실버 폴리스 봉사단, 실크산업혁신센터…’ 이런 것들이다.

외국어가 나타나는 빈도는 다른 지자체나 중앙정부 부처에 비해 적다. 특히 올해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이 한글을 해치는 헤살꾼으로 뽑은 행정안전부 사례랑 비교해 보면 훨씬 낫다. 행안부는 지진 관련 행사를 하면서 “지진이 발생했다면 GO.GO.GO!!” 이런 식으로 쓴다.

정책을 알리는 글은 시민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써야 한다. 시민은 정책의 주인이자 대상자이다. 시청이 내놓은 정책을 시민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면 그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지금은 전제봉건시대가 아니다. 조선시대에 백성이 읽고도 알 수 없는 한자로 쓴 방(榜)을 붙이고, 알아듣지 못한 백성에게 ‘네 죄를 네가 알렸다!’로 호통치는 시대가 아니다. 시민이 알 수 없고, 그래서 제대로 시행되기 어렵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마련한다 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진주시 거리에 달린 간판을 살펴보자. 광고는 영업자가 자기의 상품이나 업무를 알리는 것이다. 광고물은 도시의 거리 환경에 영향을 준다. 아무렇게나 달면 안 된다. 이를 위해 국어기본법과 옥외광고물 관리법이 있다. 지자체장은 이들 법 취지에 맞게 간판을 관리해야 한다.

외국계 기업이 자기의 영업을 알리고 손님이 찾게 하려면 그 나라글자를 써서 알리는 게 정상이다. 세계 각국이 그럴 것이다.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 바로 한국이다. ‘STARBUCKS’를 보기로 들어보자. 미국에서 표기는 자기 나라 글자인 영자로 적겠지만 한국에 올 때는 한글 ‘스타벅스’로 적고 필요하면 영자를 같이 적어야 정상이다. 이들이 처음 왔을 때 1호점은 한글로 적었다고 한다. 그런데 눈치를 보아하니 한국사람이 영어에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더 찾는다고 자신했던 것 같다. 그 뒤 모든 간판은 영자로 적었다. 진주에 있는 것들도 모두 영자일 것이다.

진주시는 길거리 간판에서도 진주다움을 찾아야 한다. 진주의 길거리가 서울과 다를 바 없고, 진주의 특색이 없다면 외지인은 진주를 찾을 이유가 없다. 참 진주다. 진주가 고유한 정체성을 지킬 때 진주다워진다. 진주다워야 ‘참 진주’다. 한글날이 있는 달에 한글을 중심으로 진주다움을 고민하길 기대한다.
 

고영회(변리사, 전 대한변리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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