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연도 사람도 배려하는 가을산행을!
[기고]자연도 사람도 배려하는 가을산행을!
  • 경남일보
  • 승인 2018.10.2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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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석(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장)
100년 만에 가장 뜨겁고 길었던 여름을 당해서 그런지 더욱 쌀쌀하고 짧게 느껴지는 가을이 성큼성큼 무르익고 있다. 녹색으로 짙푸르렀던 지리산의 실루엣도 갈색, 붉은빛으로 변색과 탈색을 거듭하며 산 아래로 내려와, 이제 10월 말이면 온 산이 단풍의 바다로 일렁일 것이다. 식물들로서는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자기의 신체를 최소화하는 몸부림이지만, 사람들에게는 단풍놀이를 하거나 열매를 거두는 풍요의 시간이니 같은 자연의 구성원으로서 공평하지 못한 계절이기도 하다.

애지중지 보살펴야 하지만, 과도하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한껏 즐기고 밟고 버리고, 그래서 매년 ‘가을몸살’을 앓아야 하는 우리 지리산이다. 단풍잎 멋들어진 나뭇가지를 휘어잡고 폼을 잡는 것까지는 좋은데, 아예 나뭇가지를 잘라 모자나 배낭에 꽂고 사진 찍는 행위가 여전하고, 출입금지 팻말 뒤의 야생화 공간을 장악하며 단체행사를 하거나, 버젓이 샛길로 들어가 야생의 세계에 흔적과 상처를 남기는 행위가 비일비재하다. 동물들의 먹이인 도토리를 주워가지 말라고 대대적인 홍보와 단속을 하고 있건만 산행 중에 허리 굽혀 운동하는 분들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배고픈 반달가슴곰과 멧돼지가 산 아래로 내려가 그 분들에게만 동물권리를 청구하기를 바란다.

자연에 대한 배려 못지않게 사람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국립공원 전역에서 흡연금지와 정해진 장소에서 음주금지는 다른 사람들을 위한 배려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소음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를 들으러 왔건만, 라디오나 노래테이프를 크게 틀고 다니는 행위 때문에 사람도 동물들도 짜증스럽다. 두 손을 모아 야호~하는 큰 발성도 이제는 야!하는 감탄사로 맺음했으면 한다. 배려 하나를 더 꼽으라면 경미한 부상자에 대한 우정이다. 예전에는 가벼운 부상이나 탈진상태의 동료를 돕고 부축해서 하산하는 아름다운 광경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119나 공원사무소에 신고하는 것으로 우정을 완료하는 경우가 많다. 이 분들을 도우러 출동하는 사이에 정작 중요한 사고자를 제때에 구조하지 못하여 귀중한 생명이 위험해지는 경우가 있다. 적어도 국가대표 자연인 국립공원에서 만큼은 자연도 배려하고 사람도 배려하는 국민적인 산행문화를 일구어 나가자.


신용석(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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