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오해가 쓴 동물학의 역사 ‘오해의 동물원’
인간의 오해가 쓴 동물학의 역사 ‘오해의 동물원’
  • 연합뉴스
  • 승인 2018.10.2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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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만큼 외모 덕을 보는 동물이 또 있을까.

만화에 나오는 귀여운 외모로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판다는 외모처럼 유순한 성격과 느릿하고 어수룩한 행동에 대나무밖에 먹을 줄 모르는 초식동물로 알려져 있다.

신간 ‘오해의 동물원’(곰출판 펴냄)은 동물에게 인간이 멋대로 혹은 실수로 덧씌운 신화적 이미지와 미신을 걷어냄으로써 우리가 몰랐던 동물의 본모습을 드러내 보인다.

나아가 동물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뿌리 깊은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됐음을 풍부한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저자인 루시 쿡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를 사사해 동물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다큐멘터리 제작자 겸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

대왕판다는 한때 너구리로 여겨졌으나 실은 곰이라는 사실이 최근 게놈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밝혀졌다. 주식이 대나무이긴 하지만 고기 맛을 아예 잊어버린 건 아니며, 종종 공격성을 드러내 동료를 해치거나 사람을 물기도 한다.

게다가 판다는 성에 무관심해 번식이 어려운 동물로 알려졌지만, 이는 초창기 암수 구분을 못 해 동성끼리 짝을 지으려다 실패한 웃지 못할 해프닝과 동물원이란 밀폐된 공간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한다.

“우리는 판다가 난폭하게 물어뜯고 소란스러운 집단 성교를 즐기는 생존 전문가라기보다 인간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갈팡질팡하고 성적으로 수줍은 동물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판다는 얼마 전까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으나 지금의 모습으로 인간보다 적어도 3배는 오랜 기간 살아온 강인한 생존력을 자랑한다.

책은 판다 외에 뱀장어, 비버, 나무늘보, 하이에나, 독수리, 박쥐, 개구리, 황새, 하마, 말코손바닥사슴, 펭귄, 침팬지의 숨은 얘기를 통해 인간의 실수와 오해가 빚어낸 흥미진진한 동물학 역사를 풀어놓는다.

판다와 반대로 인간의 편견 때문에 피해를 보는 동물들도 적지 않은데 그중 하나는 박쥐다. 박쥐는 성경에서 불결한 동물로 낙인이 찍혀 사악한 이미지가 굳어졌지만, 이 또한 오해가 낳은 미신일 뿐이다.

최근에 와서야 복잡한 생활사가 규명된 뱀장어는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오해에 시달린 동물로 꼽힌다. 최초의 진정한 과학자이자 동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리스토텔레스는 고환(정소)을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뱀장어가 진흙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다고 결론지었다.

중세에는 뱀장어를 콩을 좋아하는 채식주의자로 생각했다. 19세기 말 정신분석학의 선구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뱀장어의 정소를 찾는 임무로 첫 연구를 시작한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거대한 모래주머니 때문에 쇠도 소화할 수 있다는 속설에 휘말린 타조를 상대로 쇳조각을 먹이려고 실험했던 학자들, 고대 비법에 따라 똥 무더기 위에 오리를 올려놓고 두꺼비가 탄생하기를 기다린 17세기 의사 등 얘기는 끝이 없다.

이런 미신들은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지만, 인간의 관점에서 자연과 동물을 바라보고 이해하고자 했던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시행착오가 없었다면 지금 같은 과학적 지식도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오늘날의 동물학도 과거로부터 그리 멀리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조은영 옮김. 480쪽. 1만 9500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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