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수(진주준법지원센터소장)
성공적인 삶을 위해 우리가 추구하는 것들이 많다. 돈, 사랑, 명예, 건강 등. 이들 중 매우 중요한 하나가 타인을 위한 봉사가 아닐까. 필자가 경남의 한 지역에서 보호관찰관으로 근무할 때 경험했던 일이다.
어느 날 한 중년 여성이 법원으로부터 사회봉사명령 판결을 받고 신고 차 방문을 했다. 신고서를 통해 직업이 의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내용은 병원을 운영하다 자금난으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해 사회봉사명령 80시간을 부과 받은 것이었다. 집행일정을 안내하면서 전문성을 살려 봉사할 뜻이 있는 지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을 하고는 이내 동의했다. 집행할 장소를 물색하던 중, 의사의 특기를 활용해 의료사각지대인 지역의 오지마을에 순회 진료를 실시하기로 했다.
의사는 사회봉사담당관과 함께 첫 일주일간 오지경로당을 찾아다니며 그곳 노인들의 건강진료를 하고 관리방법을 안내했다. 개별진료를 마친 뒤 강의를 통해 노인질환 예방법도 알려주었다.
이 의사가 지역민을 위해 의료봉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에 사회봉사명령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1989년 7월 보호관찰 제도가 시행되면서 소년 보호관찰과 사회봉사명령, 수강명령, 조사제도가 도입됐고, 1997년 1월 형법 개정으로 성인까지 확대실시됐다.
이 제도의 주요 기능은 무보수이고 의무적이라는 점에서 처벌적 기능이 있고, 범죄로 유발한 사회적 피해에 대한 보상과 속죄하는 기능이 있으며, 봉사과정에서 사회적 책임감을 키울 수 있어 수혜자를 통해 유익한 영향을 받아 사회재통합 또는 사회복귀적이라는 점이다.
전국적으로 2016년 한해에만 사회봉사명령 대상자가 4만1433명에 달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봉사자들이 전국 농촌현장, 노인요양시설, 장애인 보호시설 등에서 묵묵히 땀흘리고 있다. 봉사의 전염성은 대단하다. 이들 중 대부분이 법적의무감으로 처음 사회봉사를 하게 되지만, 마친 뒤에는 봉사의 참맛에 전염되어 자원봉사자로 거듭난다. 지금 우리사회 각처에서 이들이 자신의 재능이나 금품으로 사회에 공헌하는 기부천사로 활동하고 있다. 봉사는 범죄인이라는 오명을 벗고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하는 촉매제다.
김송수(진주준법지원센터소장)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