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주 52시간 근무제, 행복을 찾는 계기로 삼자
[경일시론]주 52시간 근무제, 행복을 찾는 계기로 삼자
  • 경남일보
  • 승인 2018.10.2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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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모리스 마테를링크는 1906년 희곡‘파랑새’를 썼다. 2년 후인 1908년 러시아 연극계의 거장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가 모스크바 예술극장에 이 작품을 올렸고, 대성공을 거뒀다. 연극이 성공하자 마테를링크는 이듬해인 1909년 프랑스에서 희곡집 ‘파랑새’를 펴냈다. 1911년 마테를링크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파랑새는‘행복의 상징’이 됐다.

시간적 배경은 크리스마스 이브 밤이다. 공간적 배경은 소박한 시골 오두막집이다. 주인공 남매‘틸틸’과‘미틸’에게 빨간 두건을 입고 구부정한 자세로 지팡이를 쥔 자그마한 할머니가 찾아온다. 요술쟁이 할머니 베릴륀느다. 그녀는 온몸이 파란 파랑새를 찾고 있다. 아픈 어린 딸이 원한단다. 딸은 파랑새가 있으면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틸틸과 미틸은 할머니가 씌워준 마법의 모자를 쓰고 환상의 세계로 파랑새를 찾아 떠난다. 무수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6개의 신비의 나라를 거쳐 추억의 나라에서 잡아온 파랑새는 까맣게 변했다. 밤의 궁전에서 잡아온 수 십 마리의 파랑새는 모두 죽어버렸다. 행복이 그렇다. 잡힐 듯 하면서도 잘 잡히지 않는다.

경제학은 궁극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학문이다. 일반적으로 돈이 많으면 행복하다고 말한다. 더 많이 소비할 수 있고, 그럴수록 삶이 더 윤택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우울증으로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재벌가 자녀들이 있다. 무엇이든 다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가진 그들은 왜 행복하지 못할까. 이스털린에 따르면 돈을 어느 수준까지 벌고 나면 그 이상은 행복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이른바‘이스털린의 역설’이다. 보통 사람에게 돈은 어느 정도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된다. 그 이상의 돈은 행복과 비례하지 않는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언가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가족간의 사랑과 친구간의 우정은 사람들에게 만족감(효용)을 준다. 사랑과 우정을 쌓기 위해서는 시간투자를 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어려울 때 진심으로 위로해주고, 기쁠 때 내 마음처럼 축하해 주는 존재가 필요한 것이다.

다시 희곡으로 돌아가자. 틸틸과 미틸은 행복의 정원에서 배가 불룩한‘소유하는 행복’을 만난다. 퉁퉁한 볼살을 지닌‘허영심이 충족되는 행복’도 만난다. 그러나 그들은 파랑새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파랑새가 어디 있는지는‘아주 작은 행복’들이 안다.

한 행복이 틸틸에게 묻는다. “나를 모르겠어?” 틸틸이 답한다.“모르겠는데... 너희를 본 적이 없어.” 행복이 말한다. “우리는 늘 네 곁에 있어! 언제나 너와 함께 먹고, 마시고, 잠들고, 깨어나고, 숨쉬면서 지내왔단 말이야.” 알고 보니 이 행복은‘집에 있는 행복’이다. 틸틸이 놀랜다.“우리 집에 행복이 이렇게 많다고?”건강하게 지내는 행복, 부모와 자녀간 사랑하는 행복, 맑은 공기를 마시는 행복, 파란 하늘을 보는 행복, 햇살을 쪼이는 행복, 해질녘 석양을 보는 행복, 달과 별을 바라보는 행복, 창넘어 빗방울을 보는 행복, 천진난만한 사색의 행복.... 집에는 정말이지 셀 수 없는 행복이 있다.

잠에서 깬 틸틸과 미틸은 마침내 파랑새를 찾는다. 파랑새는 집안 새장에 있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다. 수입은 좀 줄어들겠지만 그대신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늘어날 것이다. 여가를 즐기고 취미생활을 늘리는‘저녁이 있는 삶’으로 더 많은 행복을 누리는 기회로 삼는 것은 어떨까.

 
김진석(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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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2018-10-30 09:11:52
아니 절말 이기사쓴 기자양반 한심하네요....그래 초등학교 애들을 둔 부모는 좋겠지 당신말대로 손잡고 아이들과 놀기도하고 고등학교 대학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는 지금 봉급이 줄어 죽을 맛입니다...돈이 있어야 가족들과 외식도 하고 취미 생활도 하는거지...아주 속편한 기사 쓰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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