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달인이 되는 길
[경일포럼] 달인이 되는 길
  • 경남일보
  • 승인 2018.10.3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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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섭(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요즘 달인(達人)을 소개하는 언론과 방송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TV 프로그램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달인들은 주로 수십년 동안 한 가지 음식만 만들어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투자의 달인 또는 투자의 대가들도 간혹 언론 뉴스에 등장하기도 한다. 이들은 성공한 사람들로 자신의 일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소개된다.

달인은 특정한 분야나 영역에서 높은 전문성을 쌓은 사람을 가리킨다. 사전에서는 달인을 ‘학문이나 기예에 통달하여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달인과 유사한 낱말에는 대가(大家), 장인(匠人), 거장(巨匠), 명인(名人), 고수(高手), 숙련가(熟練家) 등이 있다. 이러한 명칭들 모두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가리킨다.

달인은 김대중 대통령이 강조한 ‘신지식인’과 매우 유사하다. 대한민국신지식인협회에서는 ‘자신의 일터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해 부가가치를 능동적으로 창출하는 사람’을 신지식인이라고 부른다. 전통적으로 무시당하던 영역에서 남달리 뛰어난 전문성을 가지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사람을 신지식인으로 부른다. 이러한 신지식인에 대한 정의는 달인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으며 이들은 이념보다 실용을 더 중요시한다는 공통점도 가진다.

달인은 타고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간주되기도 한다. 그러나 달인은 천재나 영재와 다르며 타고난 능력보다 부단한 노력의 결과로 얻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많은 교육심리학자들이 높은 전문성을 가진 달인이 되는 과정에 대해 연구를 해왔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엄청난 노력을 통해 높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들이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타고난 재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오히려 보통사람들보다 더 많은 노력이 중요하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노력이 아니라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쏟아 붇는 1만 시간 이상의 노력이다. 달인이 되기 위해서는 단지 맹목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계획적 실천(deliberate practice)을 해야 한다. 노력하는 동안에 자신의 노력을 기록하면서 되돌아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성찰적 실천(reflective practice)도 요구된다.

이렇게 한 가지 목표로 향해 나아가면서 적어도 1만 시간 동안 노력하기 위해서는 쉽게 포기하지 않고 흥미와 열정을 다하는 의지력(Volition 또는 GRIT)도 필요하다. 의지력은 영어로는 volition 또는 Grit으로 표현되고 있다. 의지력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날마다 같은 일을 수행하면서 때로는 젖 먹던 힘까지 내서 완성하여 자신의 능력을 조금씩 향상시킨다.

또한 달인이 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영역을 깊이 파고들 줄도 알아야 한다. 세상에 두 가지 이상의 영역에서 달인이 된 사람은 매우 드물다. 떡을 잘 만드는 달인이 빵을 잘 만드는 달인이 된 경우는 거의 없다. 한 가지 일에만 오랜 기간 동안 깊이 파고든 결과로 달인이 되는 것이지 이것저것 넘보다가 우연히 잡은 기회로 하루아침에 달인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학생들을 달인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깊은 학습을 하는 경험을 쌓을 기회를 자주 주어야 한다.

달인이 되는 데 필요한 1만 시간 동안 계획적이고 성찰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그 영역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존중받아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일을 1만 시간 동안 집중해서 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작심삼일이 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를 깊이 학습하고, 적어도 1만 시간 이상 동안 의도적으로 실천하면, 누구나 달인이 될 수 있다.
 
김정섭(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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