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한국의 졸퍼라인 통영 신아조선소
[객원칼럼] 한국의 졸퍼라인 통영 신아조선소
  • 경남일보
  • 승인 2018.10.30 14: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만진(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독일 에센에 있는 졸퍼라인은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경제 기적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탄광시설이었다. 하지만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사양길을 걷기 시작했고, 1980년대 후반에 와서는 견디지 못하고 그 막을 내리는 슬픈 운명을 맞이한다. 그 후 이 폐광부지는 재개발을 할 계획으로 있었다. 하지만 지역 주정부는 역발상을 하여, 철거하는 대신 보존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는 과거의 역사를 유지함과 동시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였다.

실질적인 기획 및 설계를 위해서는 노먼 포스트나 렘 쿨하스 같은 스타 건축가 동원되었고, 폐광은 새로운 복합 문화 단지로 변모하게 되었다. 우선 전체 부지에 널려 있던 대부분의 산업시설은 그 자체가 관람 대상이 되어 과거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였다. 그 외의 다른 시설들은 전시관, 박물관, 학교, 위락 등의 새로운 기능을 가지게 되었다. 이를 통해 석탄을 캐내고 가공했던 무쇠와 기계 더미에서 문화가 생성되고, 디자인 교육이 행하여지며, 수영과 스케이트를 즐기며, 가족과 연인 그리고 친구가 모여 식사하며 커피를 마시는 새로운 도시공간이 되었다. 이로서 개장 후 사람들이 떼를 지어 찾아오는 세계적 관광 명소가 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졸퍼라인 사례는 리모델링이 단순한 수리나 재활용의 수준을 뛰어넘는 것임을 보여준다. 즉 도시나 지역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서 미래 먹거리와 특성을 재해석 해내었다는 것이다. 이를 높이 평가한 유네스코는 2001년 졸퍼라인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통영 신아조선소는 광복 다음해인 1946년에 설립되었다. 처음에는 작은 규모의 배를 만들기 시작하였으나 발전을 거듭하여 2015년 파산하기까지 지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곳이다. 조선소가 문을 닫으면서 5000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많은 사람들이 지역을 떠나게 되어 공동화와 슬럼화의 조짐까지 보였다. 폐조선소부지는 도심에서 뻔히 보이는 곳에 있어 을씨년스런 풍광을 연출하기까지 했다.

이러던 중 이곳이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지역으로 선정되었고,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땅과 시설을 매입하면서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마스터플랜 국제 현상공모도 이미 진행되어 기본구상에 대한 가닥도 잡아 놓았다. 이에 따라 부지에는 앵커, 휴양, 업무, 문화, 교육 등의 시설은 물론이고 해양친수공간과 고품격의 주거단지 등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게 된다. 이를 통해 이 지역은 물론이고 통영 전체가 세계적인 수변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의 동력을 가속화하고 격을 높이기 위해 최근에는 국제 아이디어 공모가 개최되기도 했다. 여기에서는 도크 및 크레인의 문화 및 관광자원화 방안, 문화 및 관광허브로의 도약을 위한 상징성 강화를 위한 랜드마크 제안, 교통문제 해결, 지역 전통 및 특성과 연계된 스토리텔링 등을 위한 창의적이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선보였다. 이를 통해 통영은 이제 동양의 나폴리라는 이미지를 넘어 세계적 명소로서 비상하는 날개 짓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금빛 희망과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사업이 단발성으로만 끝났을 경우에는 도리어 애물단지가 되어 또 하나의 지역 골칫거리가 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을 통한 지역 경제 부가가치 창출에 대한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제법 있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신아조선소 재생사업은 지역 활성화를 견인하는 큰 마중물인 것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사업이 잘 진행되어서 전 세계가 가을 단풍처럼 아름답고 멋진 수변도시 통영을 주목하고 방문하는 날이 어서 오기를 고대한다.     

최만진(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