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의 경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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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8.10.3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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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푸드 운동 이끄는 쉐 빠니스의 설립자 엘리스 워터스

엘리스 워터스


1980년대 중반, 로마의 명소 가운데 하나인 에스파냐(스페인) 광장에 맥도날드가 문을 열었다. 그러나 햄버거와 같은 패스트푸드가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식생활 문화를 망친다는 위기를 낳자 슬로푸드 운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슬로푸드 운동’은 ‘안티 맥도날드 운동’으로도 불린다. 패스트푸드에 반기를 들고 정성이 담긴 전통음식으로 건강한 먹을거리를 되찾자는 취지다. 1986년, ‘고라’라는 식생활 문화 잡지의 편집자였던 칼로 페트리니가 이탈리아 ‘풀뿌리’ 문화의 부흥 운동 조직인 아르치(ARCI)라는 단체의 한 부문으로 “아르치·고라”라는 모임을 만든 것이 그 시작이다. 토착 문화와의 관계를 기반으로 하면서, 슬로푸드의 이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회적 운동으로 전개 된 것이다. 슬로푸드(slow food)란 패스트푸드(fast food)에 대립하는 개념으로, 지역의 전통적인 식생활 문화나 식재료를 다시 검토하는 운동 또는 그 식품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1989년에 국제 슬로푸드 협회 설립 대회의 슬로푸드 선언문을 계기로 국제적인 운동이 되었다. 슬로푸드운동은 주로 농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강조하는 오늘날의 산업화된 농업이 땅을 망가뜨리고, 물을 오염시키고, 종자를 사라지게 하며, 농민들의 설자리를 잃게 함으로써, 지역농업 기반을 붕괴시키고 있다고 본다. 슬로푸드운동은 지역농업을 살리기 위해 먹을거리 공동체의 복원이 중요하다고 본다. 슬로푸드운동에서는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지역농업과 지역먹거리를 중시하고 있다. 슬로푸드운동에서 말하는 슬로푸드는 좋고(good), 깨끗하고(clean), 공정한(fair) 음식이다. 좋은 음식은 지역과 연계된 맛을 가지고 있고, 건강에 좋은 음식이다.

슬로푸드운동에서는 조리사들이 운동을 이끄는 핵심 멤버들로 참여하고 있다. 그 대표적 인물이 현재 국제슬로푸드협회 부회장인 앨리스 워터스(Alice Waters)다. 그녀는 조리사이자 작가이면서 1971년에는 친한 친구들과 함께 쉐 빠니스(Chez Panisse)라는 유럽식 식당인 비스트로(bistrot)를 설립하여 운영 중이다. 그녀는 40년 넘도록 쉐 빠니스를 운영하면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영농을 하는 농부와 목장주들을 도와 지역음식공동체를 만들고, 신선하고 깨끗한 식재료를 식당에 공급하는데 노력해왔다. 신선하고 지속가능한 음식, 그리고 지난 40여 년 간 유기농업을 옹호해온 엘리스 워터스는 유기농이야 말로 맛뿐만 아니라 환경과 지역사회의 건강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녀는 요리는 반드시 가장 좋고 신선하며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지역의 제철 식재료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그녀는 미국의 학교 급식혁명을 이끈 사람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96년에 쉐 빠니스 재단을 만들어 버클리의 마틴 루터 킹 중학교에서 시작한 ‘먹을 수 있는 학교 텃밭 (The Edible Schoolyard)’이라는 음식교육 프로젝트를 후원하였다. 학교 텃밭 프로젝트는 학교 텃밭 만들기, 조리수업, 학교 점심급식을 정규교과 프로그램에 연계시켜 미국의 보건교육프로그램의 전형적인 모델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음식에 대한 지식, 음식에 대한 전통을 전달할 수 있는 획기적인 프로그램으로 평가받았다. 미국에서 ‘먹을 수 있는 학교 텃밭’ 프로그램의 성공으로 음식교육과 이와 관련된 유사 프로그램들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국가 아젠다로서 학교 급식혁명(School Lunch Initiative)으로 이어졌다. 그 후 영양이 풍부한 점심과 텃밭 가꾸기 체험이 미국의 공립학교 정규 커리큘럼으로 통합되게 된다. 미국의 학교 텃밭 프로젝트의 성공은 그 후 이탈리아를 포함한 다른 나라의 음식교육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2003년 슬로푸드 국제협회가 슬로푸드의 음식교육 프로그램에 학교 텃밭 만들기를 포함시키도록 했다. 엘리스 워터스의 이러한 적극적인 헌신과 공로가 인정되어 2002년 슬로푸드 국제협회 부회장으로 임명되어 현재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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