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사악한 문제들
우리 사회의 사악한 문제들
  • 경남일보
  • 승인 2018.10.3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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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권(부산대 강사·행정학박사)
박창권

사회가 복잡다기할수록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도 쌓여간다. 대부분의 사회문제 해결에는 정부가 선봉에 나서왔다. 그럼에도 말끔히 해결된 사례가 별로 없다. 이것은 정부의 무능 탓이라기보다는 문제 자체의 본질적인 요소에 기인한다. 근원적 해결이 어려운 문제들을 예시해보자면 이렇다. 경제성장, 일자리창출, 부동산경기, 빈부격차, 인구감소, 이념적 갈등을 겪는 교육과 복지 등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이른바 ‘사악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문제정의도 어렵고, 해결책도 없고, 선례도 없고, 한번 실패하면 되돌릴 수 없는 과오를 남기는 문제들이다. 이런 문제들은 날로 늘어가고 그 수준이 심각해지는데도 우리는 적절한 대응책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때로는 선거철이 되면 출마자는 장밋빛 공약으로 유권자를 현혹하지만, 문제해결과는 언제나 거리가 멀었다. 그것은 우리의 기대가 잘못된 탓도 있다. 애당초 답이 없는 문제에 답을 요구했으니 그렇다. 답을 주겠다고 큰소리친 위정자는 더 큰 잘못을 저질렀다.

그들 중 일부는 사악한 문제에 대한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경우도 있을 테고, 또 일부는 해결책이 없음을 알면서도 표를 얻을 요량으로 허풍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나 칭찬받을 일은 아니고 문제해결은 더욱 아니다.

그러면 사악한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먼저 문제에 대한 진단이 엄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에는 모범적인 해결책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실마리이다. 그러한 사정을 위정자는 말해야하고 국민은 받아들여야 한다. 문제의 진단에서부터 오류가 있다면 해결책은 더욱 요원해진다.

그 다음은 정답이 없고 해결책이 없는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정립해야 한다. 정부가 앞장선다고 해서, 모든 역량을 결집한다고 해서 정답을 찾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사악한 문제에 있어 정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대처방식이 창조적으로 고안될 뿐이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대처는 이해당사자가 동참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문제대처 과정에 신뢰와 협력과 공존의 룰이 형성되어야 한다. 그것이 구성원 간에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며 오늘날 요구되는 거버넌스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과 조정은 국가 사회적으로 사악한 문제의 대처에 한정되지 않는다. 가정과 직장에서 부딪치는 일상적인 문제에도 적용된다. 어쩌면 개인의 사고체계에도 사악한 문제는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박창권(부산대 강사·행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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