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탁 탁탁...
도마 위에 놓인 채소를 칼질하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조리실 여기저기 하얀 요리복을 입은 학생들이 삼사오오 모여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모양이 좀 아닌 것 같은데…….”
“토핑을 좀 더 얹어 보자”
저마다 진지하게 의논을 해 가며 음식 만들기가 한창이다.
하얀 칠판에 적혀 있는 오늘의 메인 요리는 ‘불고기 또띠아 피자’.
학생들은 배운 대로 정성껏 반죽을 하고 모양을 냈다. 각자의 취향에 맞춰 고기, 치즈, 콤비네이션 등 각각의 반죽 위에 토핑도 푸짐하게 얹어 놓으니 제법 그럴듯한 피자가 완성되어 갔다.
지도교사인 조경희(38) 영양교사와 강경민(24) 조리교사가 학생들 사이를 지나다니며 편안하게 요리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저 출산 등의 여파로 신입생이 해마다 줄고 있는 농촌지역의 한 학교가 전문기술을 가르치는 학교로 탈바꿈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1972년 개교해 올해로 4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합천 삼가고등학교가 바로 그 곳.
전교생 100여 명의 이 학교는 올해 수도권 유명 대학을 비롯해 98%의 높은 대학 진학률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 이 학교가 올해 조리과를 처음 개설했더니 합천은 물론 진주, 산청, 거창 등 도내 곳곳에서 13명의 학생들이 모여 미래 요리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
“나중에 제 이름을 건 일식 레스토랑을 여는 게 꿈이에요”
“열심히 배워서 세계 일류 호텔에서 유명한 호텔 요리사(셰프)가 되고 싶어요”
학생들은 하나같이 패기가 넘쳤다. 요리사, 창업 이렇게 장래목표가 분명했다.
졸업한 뒤에는 대학 진학도 할 수 있지만 벌써부터 미래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는 학생들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이 났다.
승환(17)이는 “졸업을 하고 대학에 진학하거나 외국에서 요리공부를 더 하고 싶다”고 했다.
양식 전문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선후는 “요리가 막상 배워보니 어렵지만 자신 있다”고 했다. 장차 양식 요리하면 박선후를 떠올릴 만큼 유명한 셰프가 되고 싶은 게 꿈이다.
준성이는 어릴 적부터 TV를 보면서 셰프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준성이는 “제 음식을 맛보고 맛있다고 할 때 기분이 좋다”면서 “나중에 호텔 요리사나 창업을 해서 자기만의 이름을 내 건 식당을 차리고 싶다”고 했다.
지민이는 “중학교 때부터 요리에 흥미가 생겼는데 막상 조리과로 가려니 마땅한 곳이 없었다”면서 “조리과가 생긴 걸 알게 되고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고 했다.
학생들의 요리하는 모습을 세심하게 지켜보는 조경희 영양교사는 “요리에 대한 학생들의 열정과 관심이 대단하다”고 칭찬이다.
벌써 13명의 학생 중 4명이 한식자격증 필기시험에 합격해 곧 있을 실기시험을 앞두고 있다.
나머지 학생들도 다음에 있을 필기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조 교사는 “내년에는 한식과 양식은 물론 제빵이나 제과 과정도 실시할 계획”이라면서 “방과 후 과정을 최대한 활용해 보다 많은 실습을 배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삼가고등학교는 올해 최신의 설비를 갖춘 조리동을 신축하는 등 조리과 운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학교는 이들을 위해 기숙사도 운영 중이다. 정원은 34명으로 8실은 4인실, 1실은 2인실로 갖춰져 있다.
새로 신축한 조리동은 모든 기자재가 최신시설로 한식, 양식 등을 실습할 수 있는 조리 실습실 1실과 제과·제빵 1실, 준비실 1실을 갖추고 있다.
최윤식 교장은 “합천은 해인사의 사찰음식과 삼가한우가 유명한 곳”이라면서 “이런 점에 착안해 시대의 흐름에 맞게 학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적극적인 지원과 도움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요리를 하는 학생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즐거워 보였다.
어떤 학생은 “요리를 선택하고 나서 지금껏 후회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미래의 목표를 위해 조금씩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요리사는 맛을 창조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요리사가 되고 싶어 하는 삼가고등학교 조리반 학생들의 패기와 열정을 응원한다.
임명진·박현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