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묻지마 폭행' 상해치사냐 살인이냐
거제 '묻지마 폭행' 상해치사냐 살인이냐
  • 김종환기자·일부연합
  • 승인 2018.11.04 15: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해자 고의성 여부에 따라 혐의 갈려
속보=거제에서 발생한 ‘묻지마 폭행 살인사건’(본보 1일자 4면 보도) 가해자에 대한 혐의 적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고의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상해치사 혐의로 피의자 A(20)씨를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인터넷 문구 등을 확인한 결과 살인으로 혐의를 달리해 구속기소 하면서 일각에서 경찰수사의 부실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상해치사와 살인을 가르는 기준은 ‘사람을 죽이려는 고의성이 있었나’에 달려있다. 사람을 죽이겠다는 의지 또는 ‘죽을 수도 있겠다’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야 살인혐의가 적용된다.

폭행 결과로 상대방이 숨지더라도 ‘살인 고의성’이 없으면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고의성 여부는 심리적 요인에 가깝고 객관적 규명이 힘들어 지금까지 많은 강력사건에서 논란이 돼 왔다.

살인과 상해치사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적용 혐의에 따라 형량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행 법률은 범죄의 결과와 함께 동기도 중요시하기 때문에 고의성이 인정된 살인 형량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고의성이 인정 안 된 상해치사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그친다.

그렇다면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던 ‘거제 묻지 마 폭행 살인 사건’의 경우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경찰 적용 혐의가 검찰에서 바뀐 것은 절차상 왕왕 있는 일로 부실수사 논란의 대상이 아니지만, 경찰 초동수사에 일부 아쉬운 대목은 있었다고 지적했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죄목이 문제가 아니라 사건 본질을 파악하는 게 우선인데 초동 단계에서 경찰이 고의성 여부를 명백히 판단했어야 한다고 본다”며 “기억 안 난다는 피의자 말만 믿기에는 수십 분 동안 폭행하며 피해자를 들여다보거나 목격자들에게 ‘내가 경찰이니 그냥 가라’고 이야기하는 등 의문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피해자가 치료 중 숨졌다고 하는데 이 내용이 맞는다면 상해에서 상해치사로 혐의를 바꿔 적용한 게 납득되는 부분도 있다”며 “다만 실제로 현장에서 숨진 상태가 아니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만약 숨진 상태였다면 수사가 허술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을 통해 확인한 ‘현장범인 인수서’를 보면 당시 피해자는 ‘현장에서 피범벅이 되어 의식은 있으나 진술은 힘든 상태’로 그 시점까지 숨지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는 “고의성 여부는 심리적 요인에 가까워 지금 섣불리 평가하기보다 법원 결정을 지켜보는 게 옳다”며 “살인과 상해치사 적용 문제는 그간 수차례 논란이 되풀이됐으며 특히 아동학대 사건에서 많이 불거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와 별개로 이번 ‘거제 묻지 마 살인’처럼 잔악무도한 사건은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 국민들의 법 감정”이라며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측면에서 엄벌주의 문화는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류혁 창원지검 통영지청장은 경찰이 살인혐의 대신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은 논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는 “경찰 단계에서 수사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었고 검찰을 거쳐 최종 결론에 이르면 혐의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수사 과정에서 혐의가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란 것이다.

A씨는 결국 지난달 29일 ‘상해치사’ 혐의가 아닌 ‘살인’으로 죄명이 바뀌어 재판에 넘겨져 오는 29일 첫 공판이 시작된다.

한편 이와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 30만명 이상이 동참했다.
김종환기자·일부연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