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도시의 다양성과 교육도시
[경일시론]도시의 다양성과 교육도시
  • 경남일보
  • 승인 2018.11.0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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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객원논설위원·수필가)
1억5000만년 전부터 시작된 중생대, 우리가 살고 있는 진주지역은 공룡들의 세상이었다. 곳곳에서 당시의 화석들이 발굴되어 그 때를 증명한다.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4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지역에서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문화유산이 골고루 발굴되고 사람들이 집단거주한 흔적이 산재해 있다. 문명이 발달하면서부터는 농업과 행정, 교통과 교역의 중심지로 성장해 온 곳이 진주다. 문물이 융성하고 산천이 수려해 팔도의 한량들이 몰려와 교방문화가 발달했고 나라가 어지러울 땐 민란과 농민운동이 일어났던 곳으로, 왜구와 맞서 임진왜란이라는 미증유의 전쟁에 민관군이 맞서 대승을 거두기도 했고 6만이 넘는 사람이 한꺼번에 순국을 한 충절의 고장이기도 했다.

사람이 모여살기 좋은 곳으로 자리매김 한 이후의 진주시는 한국전쟁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가기도 했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지리적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진주를 본관으로 하는 성씨도 강·하·정을 비롯해 소·류·형·김·강·화·교씨 등 부지기수여서 이곳이 본관인 성씨가 경주시 다음으로 많다. 살기좋은 곳이 분명하다.

학문적으로 지역의 정체성(identity)이란 ‘지역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지역환경과 역사, 문화’를 말한다. 또한 지역민이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지역의 이미지도 지역정체성이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진주는 자연이 수려한 역사의 도시, 충절의 도시, 문화, 예술의 도시라 할 수 있다.

도시의 정체성은 사람들의 정주생활여건과도 직결된다. 세계적인 역사도시들은 조상들이 남긴 문화유산이 먹거리가 되고 공업도시는 제조업이 가져다주는 부가가치로 도시를 움직인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지역의 정체성은 붙박아 사는 사람들의 오늘과 직결된다고 할 것이다. 정체성을 잃으면 삶의 근간이 흔들리고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삶의 기반을 찾기위해 지역을 떠나게 된다. 이 지역은 느리고 커다란 변화는 없지만 그런대로 사람들이 모여 살기엔 큰 불편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들어 인근도시들이 정체성을 잃고 침체의 길을 걷는 모습을 본다. 조선업이 융성했던 지역과 기계공업의 메카였던 곳, 모두가 한 때는 지역소득이 전국최고를 기록했던 곳이지만 빈집이 늘어나고 시중의 경기가 바닥을 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정체성을 잃은 결과이다.

도시발전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요즘 우리 지역은 혁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발전의 발판을 마련했고 항공우주산업이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면서 활기를 찾고 있다. 지역의 역량을 집중시켜 매달리고 있는 형국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다양성은 지역이 추구해야 할 과제이다. 어떠한 외부적 환경에 처하더라도 다양성으로 정체성을 잃지 않고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말하는 것이다.

최근 일본의 역사, 관광도시인 교토는 교육중심도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고 한다. 수많은 외국유학생을 유치해 일본을 알리고 도시가 안고 있는 안정적 분위기와 접목시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진주는 교육의 도시이다. 인구 불과 30만 남짓한 곳에 이처럼 많은 대학이 있는 곳도 드물 것이다. 도시다양성의 일환으로 교육도시의 강화를 권하고 싶은 것이다. 조용하면서도 그 속에 젊음이 소용돌이 치고 학문적 분위기로 도시 전체가 안정을 이루는 곳, 그러면서도 첨단산업과 혁신도시의 슬기가 모여 있는 지역을 꿈꿔 보는 것이다. 원도심의 재생도 그런 교육도시를 염두에 둔 기획이었으면 좋겠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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