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행복은 돈과 비례하지 않는다
[경일칼럼] 행복은 돈과 비례하지 않는다
  • 경남일보
  • 승인 2018.10.3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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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용환(법학박사·시인, 前사천경찰서장)
 
주용환 서장

우리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고들 한다. 무엇보다도 ‘돈이 있어야 행복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선진국 수준의 경제력 등을 보면 돈은 웬만큼 있는 것 같은데 여전히 불행해 한다는 것은 ‘돈’의 문제가 아닌 듯 하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은 전세계 156개국을 상대로 국민 행복도를 조사한 결과 ‘2018 세계행복보고서’발표에 따르면 북유럽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가 1,2,3위를 차지하고 한국은 57위로 나타났다.

북유럽국가는 복지환경이 잘 갖춰진 것도 있겠지만 덴마크 사람 51명에게 ‘행복하세요?’라고 물으면 43명이 ‘네’라고 대답한 근본 이유는 돈이 많아서가 아니고 어릴 때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가장 먼저 배운 것이 남을 존중하고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였다며 내가 그렇듯이 남도 나를 존중하고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사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한다는 것이다.

2010년도 가난한 나라 부탄의 행복지수가 8위였는데 그 후 산간마을까지 TV가 보급되고 근래에 정신과 의사가 처음 개업하였는데도 오히려 행복지수는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불교와 농사일만 알던 사람들이 TV로 딴 세상을 보게 됐고 하고 싶고 갖고 싶은 것이 많아진 탓에 행복감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최소의 돈은 행복의 필요조건은 된다고 한다. 의식주의 기본적 욕구조차 충족되지 못한 삶은 행복하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필요 이상의 비타민 섭취가 별다른 효력이 없듯이 일정수준 이상의 돈은 기대만큼의 행복으로 전환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소득이 높아지면 돈의 쓰임새가 바뀌기 때문이다. 더 이상 생명과 직결되는 자원을 교환하는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물건이나 상징들을 얻기 위해 돈을 쓴다. 하지만 명품가방이 주는 기쁨은 오래가지 않고, 더 좋은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없도록 계속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고 한다.

또한 돈이 없어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은 통장에 1000만원만 있으면 행복할텐데 하고는 열심히 일하며 근검절약했고 드디어 통장에 1000만원이 모였다. 그 순간 그 사람은 통장에 찍힌 숫자를 보며 뿌듯하고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1000만원 가지고는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느낌, 아무래도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또 2000만원을 향해 열심히 달리고 2000만원이 생기면 5000만원, 1억원은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끝이 없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나와 내 주변 사람들 간에 따뜻한 관계를 만들어 가다보면 그 과정 속에서 느끼게 되고 아무리 돈이 많고 명예가 높고 외모가 출중해도 혼자 고립되어 외롭게 생활한다면 결코 행복감을 느낄 수가 없다. 반대로 물질적으로는 별로 가진 것이 없이 평범해도 주말 저녁마다 나를 불러주는 친구가 있고 아프면 찾아오는 지인들이 많으면 마음속에 따뜻한 행복감이 번진다고 본다. 많은 이는 아직도 부든 뭐든 모든 것을 가졌을 때 비로소 행복이 찾아온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행복은 주어지는 것도 쟁취하는 것도 아니다. 행복은 느끼는 것이다. 진정 복 받은 자는 우리 주변을 맴도는 행복의 작은 조각들을 그 때 그 때 붙잡을 줄 아는 자이다.

2017년 이맘때 현대 물리학자의 아버지인 아인슈타인이 95년 전 일본의 어느 호텔에서 팁 대신 준 메모가 경매에 나왔다는 뉴스가 있었다. 그 중 한 장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이고 또 한 장에는 “조용하고 소박한 삶이 끊임없는 불안에 얽매인 성공추구 보다 더 큰 기쁨을 준다” 고 하는 행복론이 의미있게 들렸다.

 

주용환(법학박사·시인, 前사천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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