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벼 말리던 추억
[농업이야기] 벼 말리던 추억
  • 경남일보
  • 승인 2018.11.0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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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규

찬바람이 옷소매로 스며드는 이맘때면 막바지 벼 수확으로 농촌 들녘이 분주하다.

요즘은 콤바인이 한 번 지나갈 때마다 시원하게 정리가 되지만, 일일이 손으로 벼를 베고, 묶어서 타작을 하던 시절에는 벼 수확이 너무 힘들고 긴 작업이었다. 베어진 벼를 논에 깔아 2~3일 말린 다음 짚으로 묶어 타작을 한 벼는 다시 햇볕에 말려야 포대에 담아 창고에 보관도 하고, 매상이라고 하는 정부수매에도 낼 수 있었다. 벼농사의 마지막 단계가 바로 벼 말리기인 셈이다. 그래서 마지막 작업인 벼 말리기는 한결 마음의 부담이 덜한 작업이기도 했다. 타작을 마친 벼를 말리는 일은 또 다른 경쟁의 시작이었다. 동네마다 한두 개씩 있는 타작마당을 선점하기 위해 동이 트기도 전에 벼 포대를 실어다 날라야 했고, 공터에 넓게 펴서 늘어놓은 벼는 하루에 2~3번 씩 교반작업을 해주어야 고루 말릴 수가 있었다.

벼는 처음 수확할 때 수분 함량이 25%내외이다. 이 상태로 보관이나 저장을 하게 되면 변질되기 쉽다. 그래서 수분 함량을 15% 이내로 떨어뜨려야 하는데, 이렇게 해야 저장을 해도 안전하고 매상을 냈을 때 좋은 등급도 받을 수 있다. 햇볕에 말려 수분함량을 낮추는 방법은 가장 이상적인 건조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태양초가 인기가 많은 이유가 햇볕에 천천히 말렸기 때문에 붉은고추 고유의 빛깔과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데다 보기에도 좋기 때문이다. 태양건조를 한 벼도 마찬가지다. 천천히 말리면 벼가 가진 형태와 고유의 성질을 유지해 도정을 했을 때 밥맛이 좋고, 흔히 말하는 완전미 비율이 높다.

요즘은 수확한 벼를 대부분의 농가에서 건조기로 말린다. 햇볕에 말릴만한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고, 무엇보다 일손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건조기로 벼를 말리면 시간과 노동력이 절약되는 장점은 있지만 햇볕에 말리는 것보다 짧은 시간에 건조되기 때문에 금간 쌀이 늘어나고 심할 경우 열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벼 건조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건조기는 순환식으로, 열풍온도가 높을수록 건조시간은 단축되지만 금간 쌀 발생이 늘어나 도정률이 떨어지고 싸라기가 증가한다. 올해 벼농사가 마무리되어 가는 지금, 벼 말리는 모습이나 방법에서 격세지감은 느껴지지만 유종의 米를 거두기 위한 같은 목표를 가졌다는 점에서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이는 2018년의 가을이 깊어 간다.

김웅규(경남도농업기술원 지원기획과 미디어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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