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와 시장사회
시장경제와 시장사회
  • 최창민
  • 승인 2018.11.07 15: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창권 (부산대 강사·행정학박사)
박창권

오늘날 우리는 시장경제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의심의 여지없이 시장 메커니즘이 우리의 경제활동을 지배해 왔고, 그에 편승하여 물질적 풍요와 번영을 누려왔다. 시장은 인간의 욕망에 기초한 만큼 성장 동력이 강력하다.

그런데 하버드 대학의 샌델교수가 시장경제의 다음 단계로 시장사회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지난 30년간 인류는 그런 단계로 전이되어 왔다고 한다. 그는 시장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인류에게 경고를 주고 있다.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시장사회는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회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사회에서 돈으로 안 되는 일이 별로 없다. 이런 사회가 야기할 여러 문제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의 위력이 커지는 만큼 사회적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돈이 단순히 구매력 이상의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돈이 우리의 생활양식뿐만 아니라 존재양식조차도 재단하게 될 우려가 그것이다. 돈이 우리의 인간관계와 가치관, 의식구조를 바꾸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돈이 보통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한 삶에 도달하는 과정을 지배하게 되면 건강한 사회라고 보기 어렵다. 이것을 병리현상으로 보아 교정하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필자는 가끔 교단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물으면, 상당수가 돈 버는 것이라고 별다른 망설임 없는 대답을 듣게 된다. 우리는 이미 시장사회로 깊숙이 들어왔음을 반증하는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사회구성원의 삶에 가장 중요한 영역들은 돈으로부터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확보되어야하겠다. 비록 돈이 없더라도 건강, 교육, 주거에서는 생존의 뿌리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건강과 교육 분야는 공적 체계화를 통해 상당부분 정립된 반면에, 주거문제는 여전히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제 과감히 공유와 구독사용의 개념을 국가 기반서비스 구축에 적용할 것을 요망한다. 예컨대 주거는 소유보다는 사용이 더 유리한 수요공급 구조로 디자인할 것을 제안한다.

시장사회에 요구되는 또 하나의 대안은 정신영역의 완충역할이다. 경제 이득만이 지고지선의 가치가 아니다. 대형마트 옆에 쪼그린 노점 할머니에게서 쪽파 한 단을 사면서 기껏 천원 더 비싸면 어떻고, 조금 불편한들 어떠랴.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가 그 할머니의 모습뿐이겠는가. 할머니의 간절한 시선이 아른거리는 오후이다. 
박창권 (부산대 강사·행정학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