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0)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0)
  • 경남일보
  • 승인 2018.11.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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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머리, 고뿔, 졸가리, 졸가리불, 곁불, 군불
하루하루가 참 빨리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7일이 바로 겨울로 들어선다고 하는 들겨울 입동이었습니다. 겨울로 들어서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가을의 끝자락에 알고 쓰면 좋을 말과 여느 때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몇 가지를 알려드립니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어서 옷깃을 여기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이처럼 가을철에 싸늘한 바람이 부는 무렵을 ‘찬바람머리’라고 합니다. 이런 찬바람머리에 옷을 알맞게 챙겨 입지 않으면 ‘고뿔’에 걸리기 쉽습니다.

‘감기’라는 말을 많이 쓰기 때문에 ‘고뿔’이란 말을 쓰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몇 해 앞에는 배움책 교과서에도 ‘고뿔’이 ‘감기’를 뜻하는 토박이말이라고 나온 적이 있어서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은 좀 알지요. 그런데 ‘고뿔’이 어째서 고뿔이라고 하는지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고’는 옛날에 ‘코’를 뜻하는 말이고 ‘뿔’은 ‘불’을 뜻합니다. 감기에 걸려 코에서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기에 코에 불이 난 것 같아 ‘코불’이라는 뜻의 ‘고뿔’이 됐다고 합니다.

옛배움책에서 ‘단풍’을 ‘고운 잎’이라고 해 놓았다는 이야기를 둘레 사람들에게 했더니 그걸 듣고 나무에 달린 잎을 보니 ‘고운 잎’이란 말이 절로 나오더라는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고운 잎도 하나 둘씩 떨어지고 제 둘레에는 벌써 나뭇잎을 다 떨군 나무들이 보이더라구요. 이처럼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를 ‘졸가리’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몬(사물)의 군더더기를 다 떼어 버린 나머지의 골자’를 빗대어 나타낼 때 쓰기도 합니다. 이 말보다 큰 말이 ‘줄거리’입니다. 이런 졸가리를 모아 땔감으로 해 때는 불을 ‘졸가리불’이라고 하는데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은 어릴 적 아궁이에 불을 땔 때를 떠올려 보게 하는 말입니다.

‘불’이야기가 나왔으니 불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몇 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추울 때는 불 옆에 있어도 따뜻하잖아요? 곁에서 얻어 쬐는 불을 ‘곁불’이라고 합니다. 곁에서 불을 쬐는 것처럼 ‘가까이하여 보는 덕’을 빗대어 가리키는 말로 쓰기도 합니다. 옛날 시골에 살 때는 나무를 때서 방을 데워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었습니다. 방을 덥히려고 아궁이에 때는 불을 ‘군불’이라고 했습니다. 요즘도 저는 방이 서늘하면 군불 넣어라 하면서 우스갯소리를 하곤 하는데 옆에 있는 사람이 그런데 왜 ‘군불’은 ‘군불’이라고 했을까? 라고 묻더라구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옛날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먹거리를 만들 때 때는 불을 제대로 된 참 불이라고 여기셨나 봅니다. 그러니 ‘먹거리를 만들려고 때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방을 덥히려고 아궁이에 때는 불’을 ‘군불’이라고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우리가 꼭 하지 않아도 될 말을 ‘군소리’또는 ‘군말’이라고 하고 몸에 붙은 살도 꼭 없어도 되는 살을 ‘군살’이라고 하는 것처럼 앞가지 ‘군-’은 ‘쓸데없는’ 또는 ‘가외로 더한’, ‘덧붙은’의 뜻을 더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면 ‘군불’의 뜻도 어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끼니 말고 과자 따위의 먹거리를 먹는 일을 ‘군것질’이라고 하는 것도 같은 쓰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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