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사랑학개론
그리운 사람은 못 만나서 애타고
꼴 보기 싫은 놈은 맨날 붙어 괴롭지
집착은 부러워 말고
홀가분함에 슬퍼하지 마라
뜨락에 여우비가 내리네
-조영래(시인)
사랑은 어디에서 비롯되고 본성은 무엇이며 그 지향점은 어디일까. 근원적인 질문에 각도를 달리하여 제시되었던바 이러한 물음은 역사 위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리라 본다. 심리학을 비롯하여 정신분석학, 학습이론 등을 들어 사랑의 발달에 관하여 많은 이론가가 쏟아놓은 개론들이 많다마는 모과나무의 집착과 석산(꽃무릇)의 분리를 상반되게 놓고 펼치는 시인의 사랑학 개론이 맑은 날에 잠깐 내리는 여우비 같다.
벌써 11월이다. 만나지 못해 그리움은 깊어가고 붙어살다 보니 꼴 보기 싫을 수 있다고 살짝 비틀어보는 어느 가을날. 모과나무는 불끈 쥔 주먹을 툭툭 날려 입동을 불러들이고, 지금쯤 이미 져 버린 석산은 새파란 잎을 밀어 올리느라 바짝 힘을 모으는 중이겠다.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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