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권력을 혹사시키지 말라
[경일포럼]권력을 혹사시키지 말라
  • 경남일보
  • 승인 2018.11.1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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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칼럼니스트)
권력에게는 언제나 주인이 있다. 주인 없는 권력은 없다. 권력은 야생마와 같다. 주인이 어떻게 부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알렉산더는 어렸을 때 이미 미친듯이 날뛰는 말을 조용하게 만든 적이 있다. 말(馬)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금방 알아차린 것이다. 이처럼 주인이 말의 성질을 알아차리고 다루면 명마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용열한 말이 되는 것처럼 권력 또한 같다. 권력을 잘 다루면 대중으로부터 숭앙의 박수가 터져 나오고 그렇지 못하면 증오의 눈초리가 이마를 찌른다.

권력의 주인은 말의 조련사처럼 권력의 조련사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권력의 고삐를 그 권력의 성정에 맞게 잡고 있어야 한다. 너무 단단히 잡아도 권력이 힘들어 하고 너무 느슨하게 잡으면 권력이 빠져나간다. 권력은 기회만 있으면 주인곁을 빠져 나가려 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권력이 주인을 무시하면 교만해 진다. 그러기에 주인은 권력에게 무시당하지 말아야 한다. 권력 앞에서 언제나 품위를 유지해야하고 사소한 실수라도 하지 않아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권력이 잠든 주인을 등에 업고 김유신의 애마처럼 주인이 평소 하던 습관대로 행보를 한다. 그만큼 주인은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 그 상처는 채찍으로 치유되지 않는다. 주인이 부패하면 권력은 한술 더 뜬다. 눈치 보지 않고 부패한다. 권력을 너무 믿어도 안된다. 권력은 배신의 명수다. 권력을 믿고 과도하게 힘을 발휘하면 권력은 주인에게 뒷발질 한다.

다모클레스의 칼(A Sword of Damocles)이라는 말(言)이 있다. 권력은 언제나 한가닥 말총에 매달려 주인의 머리위에 걸려있다는 말이다. 주인도 어쩌지 못하고 그 말총 끝에 매달려 있는 칼에 소름끼치며 하루해를 삼켜야 한다.

권력을 너무 살찌우지 말라. 살찐 말은 달리지를 못한다. 사무사(思無邪)! 그것은 잘 달리는 말을 두고 하는 상찬(賞讚)이었다. 잘 달리는 말이 천리를 간다. 권력이 살찌면 행동이 굼뜨고 생각이 미련해 진다.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말이 있다. 늙은 말이 지혜롭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경험 많은 권력 앞에서는 자신의 권력을 함부로 자랑하지 말라. 똑같은 권력이라고 함부로 대들지도 말라. 권력은 게임이기 때문이다. 자칫 하면 이기고도 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백전노장의 권력은 이기고도 지는 척 할뿐 의기양양해 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이기고도 지는 척 할 줄 아는 권력이 참으로 장대한 권력이다. 포위된 적에게는 항상 퇴로를 열어주라는 병법은 만고의 진리다. 막다른 골목으로 쫓긴 쥐는 고양이도 물려고 대드는 이치를 알아야 한다.

평생 가진 권력을 누릴 것 같지만 세상천지에 눈을 씻고 봐도 그런 사람은 없다. 권력의 게임에서 세 불리하다 싶으면 재빨리 항복하는 것이 이기는 길이다. 싸워서 지는 것 보다는 백배나 잘하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항복의 전술이다. 바람이 불면 갈대는 몸을 숙인다. 오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일도 있고 또 그 내일도 있기 때문이다.

권력이 권력으로서 제 빛깔을 내려면 관맹상제(寬猛相濟)해야 한다. 너그러움으로 엄격함을 억누르고 엄격함을 너그러움으로 덮어주는 아량과 지혜가 있어야 한다. 이런 주장은 동양적인 것이다. 최고 권력자에게 “사자와 같은 용맹과 여우와 같은 지혜”를 요구한 마키아벨리의 지론은 서양적인 것이다. 신기하게도 권력이 갖추어야할 덕목으로 꼽고 있는 것에서도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 권력을 혹사시키지 말라는 경고다.

이 글은 권력을 쥐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바치는 헌사다. 갑질하는 사람은 모두가 권력자다. 머리에 띠를 두르고 삿대질 하는 사람도 권력자다. 갑질과 삿대질에 숨이 막힌다.
 
김중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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