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인성은 능력이다
[교육칼럼] 인성은 능력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18.11.1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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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택(前 창원교육장)
인성교육이 제대로 되려면 인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인성을 능력으로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성은 인간의 타고난 본성이 아니라 가정과 학교교육을 통하여 가르쳐서 길러야 할 능력이며, 평생교육을 통하여 스스로 꾸준히 갈고 닦으면 더욱 빛이 나고 돋보이는 능력인 것이다. 이러한 인성은 학력과는 또 다른 중요한 능력임을 인식해야만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성이 능력이 되는 사례는 얼마든지 들 수 있다. 미국에서 있었던 이야기 한 토막. 어느 할머니가 갑자기 내린 비를 피하기 위해서 가구점 추녀 아래에 서 있었다. 이 모습을 본 가게의 점원이 안으로 모셔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대접하였다. 그런데 며칠 뒤 가구점에 전화가 걸려왔다. 자기네 백화점에 들일 사무용 가구 일체를 당신과 계약하고자 한다는 내용이었다. 점원으로부터 차 한 잔을 대접받은 할머니는 백화점 사장의 어머니였던 것이다. 친절로 비롯된 가구 판매의 성과는 단순한 행운인가? 능력인가?

몇 년 전, 휴전선에서 지뢰 사건으로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이때에 제대를 반납하면서까지 전우애를 발휘한 병사의 이야기가 온 국민의 마음을 든든하게 하였다. 그리고 대기업은 그 병사들을 특채하였다. 희생과 헌신을 다하려는 병사의 인성은 결과적으로 취업의 기회를 얻는 능력이 되었다. 이것을 단순히 행운쯤으로 치부하고 말 것인가?

오늘날 많은 기업은 인성이 바른 사원을 채용하려 한다. 어떤 회사는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하거나, 일부러 떨어뜨린 휴지를 줍는 지원자를 합격시켰다고 한다. 명문대학을 나온 지원자도 불합격한 그 회사에 지방대학을 나온 그가 합격하였다. 정리정돈이 몸에 밴 인성은 학력보다 더 중요한 능력이 된 것이다.

인성이 바르지 못하여 불이익을 받거나 손해를 입은 사례를 통해서도 인성은 능력임을 알 수 있다. 어떤 젊은이가 식당에서 행동이 어눌한 노인에게 아주 무례하게 대했다. 그런데 식사를 마친 젊은이가 차를 빼다가 옆의 고급 외제차를 받았다. 큰돈을 변상해야 하는 사고인데, 차주는 조금 전의 노인이었다. 두 손을 싹싹 비는 버르장머리 없는 그 젊은이에게 큰 부자인 노인은 ‘당신의 무례가 지불해야 할 금액’이라며 청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어른을 공경할 줄 모르는 그의 인성은 얼마나 큰 무능력이 되었는가? 어디 이뿐인가? 갑질로 말미암아 뭇매를 맞는 기업인, 오만불손하거나 불의한 정치인과 지식인 등이 부와 명예와 지위를 한 순간에 잃게 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들의 부끄러운 인성이 빚은 결과가 아니던가?

우리 교육은 그 동안 인성보다는 학력 중심의 학교문화를 만들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공부만 잘 하면 버릇없는 행동이나 무례한 짓도 눈감아주기까지 한다. 필자의 한 지인은 서울대학을 나온 유능한 인재인데 성실하고 예의바르며 겸손하였다. 이 분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이 ‘서울대를 나온 사람이 그럴 리 없어. 서울에 있는 대학을 나왔겠지.’라고 생각하였다는 웃지 못 할 난센스도 있었다.

인성이 능력이 되는 세상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인간다움의 지극히 당연한 행동을 능력으로 평가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몰인격과 몰상식이 정도를 넘어섰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우리 사회는 인성을 능력으로 평가하는 일들이 확산될 것 같다. 인성을 능력으로 길러주는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이 요구된다.
 
임성택(前 창원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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