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의 경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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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8.11.1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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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Hansa)동맹과 독일의 상인정신
한자동맹
 
독일에서 베를린 다음으로 큰 도시는 함부르크이다. 함부르크의 공식 명칭은 ‘함부르크 자유 한자 시(Freie und Hansestadt Hamburg)’이다. 함부르크는 무역항으로서 번성한 도시이자 독일에서 가장 먼저 한자동맹에 가입한 도시였다. 이 한자동맹(die Hanse)은 1230년 뤼베르크-함부르크 간의 조약이 그 시발이다. 그러다가 14세기 전반에 네덜란드의 플랑드르 백작이 지배하던 플랑드르 지방이 강력한 세력으로 등장하여 압박을 받던 독일 상인들이 본국 도시들에 지원을 요청하면서 한자동맹을 결성하게 된 계기가 된다. 이후 1358년에 전 유럽의 도시들이 플랑드르 지방에 대한 상업적 봉쇄를 선언하게 되는데 이때 라인 강 연안의 항구도시에서부터 북해, 발트 해 연안에 있던 도시들이 독일 한자 동맹에 참여하면서 동맹은 더욱 공고해지게 된다. 라인 강과 발트 해의 상업도시들이 생존과 공동 대처를 위해 길드와 한자를 설치하게 된 것이다.

뤼베크를 맹주로 해 쾰른, 브레멘, 베를린이 뭉쳤고, 함부르크와 로스토크, 막데부르크, 멀리 단치히(폴란드), 리가까지 최대 90여개 도시가 참여하였다. 실질적으로 영향력이 미치는 곳을 따지면 오늘날의 영국, 네덜란드에서 러시아까지 광범한 북유럽 무역 네트워크 전역을 지배하던 일종의 상인조합집단이었던 것이다. 주로 해상 교통의 안전을 보장하고 공동 방호와 상권 확장 등을 목적으로 삼았다. 1366년부터는 한자 무역거래의 특권은 한자동맹에 가입한 도시에 국한시킨다는 규정이 생기면서 그들만의 독점력을 강화하게 된다. 이 무렵에 독일을 대표하던 도시가 바로 함부르크였다. 1370년에 전성기를 맞은 한자동맹은 북유럽의 무역 권을 지배하고 런던, 브뤼헤, 노브고로트 등에도 재외 상관을 두었다.

라인 강에서 발트 해, 북해에 걸쳐 수상 교통과 운수, 무역에 종사했으며, 갑판이 넓고 가운데가 큰 대형 선박을 이용해 북해와 발트 해 방면에서 목재, 모피, 철 따위와 대구 같은 수산물, 곡식과 맥주 등을 저지대와 서부 독일로 운송하고 동양의 향료와 영국의 양모나 기타 가공품을 북방으로 운반하였다. 후에는 동유럽의 산업 원료를 중계하여 서유럽의 수공업자에게 공급했다. 이러한 무역 발전에 따라 해상운송의 확보와 독점을 취해 군사 조직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들은 보유했던 군사력을 이용하여 1402년에 발트 해의 해적 클라우스 스퇴르테베커와 고디어 미헬스를 소탕하기도 하였고, 1426년에는 덴마크 왕 에리히가 무역선들로 하여금 자신의 영토인 준트를 지나갈 때 통행세를 요구하자 선전포고를 날리기도 하였다.

상인의 도시라 불리는 함부르크에는 600년 전통의 ‘디 한세(Die Hanse-한자동맹)’라는 상인 클럽이 있다. 한자동맹이 본격화될 무렵에 출범하여 독일의 함부르크를 비롯한 10여개 도시들이 동맹에 참여한 이후, 지금까지 서로의 우의를 다지며 협력해오고 있다. 회원 수가 약 1천여 명에 달하는 이 클럽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규칙들이 있다. 신의를 지킨다. / 개방된 자세로 임한다. /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 돈을 벌면 그 돈으로 사회봉사를 한다. / 사회·경제 질서 유지에 책임을 다하며 매점매석이나 폭리 등 상인으로서 어긋난 행위를 하지 않는다.

이처럼 함부르크에는 상인적·시민적 합리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시민정신이 확립되어 있다. 독일말로 ‘hanseatisch’(한자적인)라는 말이 있는데, 한자적인 사람은 나서기를 싫어하며 상황을 끝가지 주시하고 섣부른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는 내향적인 한자도시 사람들의 특징을 일컫는 말이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고, 자기가 한 말과 약속에는 책임을 지고, 상담 후 굳게 악수 한번 하는 것은 이심전심의 결론을 의미한다. 상인도시 특성상 지역 정치와 행정에도 상인들의 입김이 세다. 시청과 상공회의소가 같은 건물에 있다. 시의회 회원들도 주로 상인으로 구성돼 있다. 오랜 전통의 건전한 상인정신이 도시 분위기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함부르크에는 1천개가 넘는 자선재단이 있다. 주로 상인들이 시작한 사회봉사 단체인데, 살아 있을 때 모은 재산의 사회 환원은 함부르크 상인의 오랜 미덕 중 하나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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