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사 계곡 걸으며 지리산 숨결 느껴볼까
대원사 계곡 걸으며 지리산 숨결 느껴볼까
  • 원경복
  • 승인 2018.11.1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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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군-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 생태탐방로 개통

12일 하필 비가 내렸다. 그래도 어쩌랴. 벼르고 벼르다 ‘이번에는 가야겠다’ 마음먹은 터였다. 새로 조성된 생태탐방로가 우리에게 어떤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자뭇 궁금증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지인들과 함께 희끄무레한 하늘을 바라보며 아쉬운 마음을 가득 안고 지리산으로 향했다.

지리산 대원사 계곡은 이미 많은 이들에게 절경으로 이름나 있다.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는 길목 중 한 곳이자 비구니 참선도량인 대원사가 있어 사철 방문객은 물론 불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계곡은 사시사철 색다른 옷으로 갈아 입는다. 봄엔 겨우내 얼었던 눈과 얼음이 녹는 소리에 나무들이 새싹을 틔우고 봄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려 어린이의 재잘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면 여름은 짙푸른 녹음과 기암괴석을 휘돌아 나가는 옥류소리가 싱그러운 시원함을 선사해 마치 젊고 건장한 산사나이 같은 느낌을 준다.

 

▲ 대원사 계곡 생태 탐방로


그러나 가을의 대원사 계곡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색색으로 물들인 형형의 나뭇잎으로 한껏 치장한 계곡은 물색마저 붉어 보인다. 마치 홍분청아의 여인을 보는 듯 하다.

흐린 날씨 탓에 아쉬웠던 마음은 대원사 계곡을 만나는 순간 씻은 듯이 사라졌다.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 숲과 나무들과 낙엽들이 품어내는 자연의 냄새들이 심신을 맑게 하고, 비를 맞은 지리산과 계곡이 내뿜는 청량함에 오히려 우중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방장산 대원사’라는 현판이 걸린 일주문 근처에 주차하고 크게 숨을 한번 들이쉬어 본다.

이번에 산청군과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가 계곡을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생태탐방로를 조성했다 하니 오늘은 대원사 계곡의 또 다른 매력을 만날 수 있으리라. 설레임이 이는 마음을 안고 기존 도로 옆에 새로 만든 목재데크 위로 발을 올렸다.



◇아픔의 역사 간직한

비구니 참선도량 대원사

경남 양산 석남사, 충남 예산 견성암 등과 함께 우리나라 대표적인 비구니 참선도량인 지리산 대원사는 산청군 삼장면 유평리에 위치해 있다.

대원사는 지리산 천왕봉의 동편에 자리잡고 있다. 신라 진흥왕 9년(548)에 연기조사가 창건 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진왜란을 겪으며 전소돼 폐사됐다가 조선 숙종11년(1685)에 중창해 대원암, 고종 27년(1890)에 재중창하면서 대원사가 됐다.

그러나 대원사는 지리산에 많은 생채기를 남긴 1948년 여순 반란 사건 당시, 진압군에 의해 또 한 번 전소되는 아픔을 겪는다. 이후 1955년 ‘지리산 호랑이’라 불렸던 비구니 법일스님이 재건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계곡을 찾을 때면 대원사는 빼놓지 않고 들르게 된다. 돌계단을 지나 대웅전이 보이는 마당으로 들어서면 순간 계곡물 소리가 멈춘다.

대원사 경내를 조용한 걸음으로 둘러보다 보면 지붕의 끝선과 처마들이 지리산과 어우러져 마치 산자락 같다.

▲ 지리산(방장산) 대원사 일주문
▲ 지리산 대원사는 비구니 참선도량




◇대원사 계곡

오감으로 느끼는 생태탐방로

대원사를 뒤로 하고 다시 생태탐방로로 발길을 돌렸다. 대원사 앞에는 전에 없던 교량이 생겼다. 새로 보는 다리인데 낯설지는 않다. 주변 풍광과 잘 어우러져 그렇다.

다리 위에 올라서니 이제껏 볼 수 없던 풍광이 펼쳐진다. 계곡 한 가운데에서 물길을 실컷 감상했다. 마음이 즐겁고 머리가 상쾌하다.

교량을 건너면 본격적인 탐방로가 시작된다. 탐방로는 계곡의 지척을 따라 물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있던 길인 양 자연스런 흙길이다. 내린 비에 땅으로 내려앉은 낙엽이 발끝을 간질인다.

대원사 계곡 생태탐방로는 대원사 계곡 입구 주차장에서 대원사를 거쳐 유평마을 까지 3.5㎞에 이른다. 산청군과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는 자연훼손을 최소화 하기 위해 대부분의 구간을 목재데크와 자연흙길로 조성했다.

▲ 대원사 계곡 생태 탐방로
▲ 대원사 계곡 생태 탐방로


특히 대원사 앞에 설치한 길이 58m의 교량은 전국 국립공원 탐방로에 설치된 교량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이 교량 역시 자연경관과 잘 조화되도록 설계했다. 탐방로는 전체적인 경사도가 매우 완만해 노약자도 큰 불편 없이 다닐 수 있다.

왕복에는 약 3시간이 걸린다. 탕방로 곳곳에 전망대와 쉼터, 해설판이 있어 쉬기에도, 계곡을 헤아리기에도 좋다. 정식 개통 후에는 전문 해설사가 진행하는 ‘생태·문화 해설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대원사 계곡은 가야 마지막 왕인 구형왕이 피난길에 소와 말의 먹이를 먹였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남명 조식 선생을 비롯해 수많은 선비들이 천왕봉에 매료돼 그 모습을 보려 지리산으로 오른 유람길이기도 하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전후 등 격동의 시기, 많은 사람들의 마지막 피난처 혹은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되어 준 곳이다.

대원사 생태탐방로가 그저 대한민국 제1호 국립공원 지리산의 아름다움만을 보여주는 곳이 아닌 그 속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를 함께 전하는 의미 있는 장소가 되길 기대하며 계곡을 등지고 돌아섰다. 첫눈 소식이 들리는 겨울이 오면 한 번 더 찾으리라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겨울에는 어떤 색다른 멋을 우리에게 선사할까.

원경복기자·사진제공=산청군청 곽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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