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 ‘식품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
[대학생칼럼] ‘식품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
  • 경남일보
  • 승인 2018.11.14 14: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희성(경상대신문 편집국장)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인터넷 신문 ‘시애틀 포스트 인텔리젠서’가 시애틀에서 거주하는 성인 대상 비만율을 조사한 결과 경제력과 비만율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수입이 5만 달러 이상인 가구의 성인 비만율을 15%에 불과했지만, 연 수입이 1만 5천 달러가 안 되는 가구의 성인 비만율은 이보다 7% 높은 22%였다는 것이다.

수입이 적을수록 저렴하고 배부른 식품을 찾게 되는데, 가공식품이 신선식품보다 저렴하고 ‘가성비’가 좋기 때문에 이런 식품을 주로 먹게 되면 비만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저소득층 사람들은 이런 가공식품이 건강에 절대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저렴한 가격에 배부르게 먹기 위해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게 현실이다. 신선한 식자재는 동네 가게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을뿐더러 자동차가 없으면 교외에 있는 대형마트에도 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리적으로 식료품점이 멀고, 자동차가 없어 이동성이 떨어지고, 거기에 빈곤이 겹쳐 건강한 음식에 접근하지 못하는 현상을 ‘식품사막’이라 부른다.

‘식품사막’ 현상은 미국 빈민가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필자를 포함한 많은 대학생들이 이런 식품사막에 놓여있다. 자취생들에게 과일과 채소는 사치품목이다. 샐러드를 먹는 것보다 편의점 음식이나 컵밥 같은 간편식을 먹는 것이 훨씬 저렴하고 배가 부르기 때문이다. 또한 근처 편의점과 슈퍼에서는 신선식품을 사기 힘들뿐더러 있다 하더라도 잘게 나누어 팔기 때문에 신선도를 확인하기 어렵다. 시장이나 큰 마트에 가려면 버스를 타거나 오래 걸어야 하는데 매일 그날 먹을 신선 제품을 사러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찬장에서 가공식품을 꺼내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같은 값이면 채소 대신 열량이 높은 음식을 먹는 것이 합리적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이런 식습관에 길들게 될수록 신선식품과는 멀어지게 된다.

의식주는 가장 중요한 삶의 일부이다. 그렇기 때문에 먹거리와 식습관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국가 전체가 고민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식품사막에서 살고 있는 대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값싸고 질 좋은 식품의 공급이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지역 공동체 버스’를 통해 편의점과 연계한 농산물 판매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식품사막 구제를 위해서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희성(경상대신문 편집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