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4차 산업혁명과 플랫폼
[객원칼럼] 4차 산업혁명과 플랫폼
  • 경남일보
  • 승인 2018.11.1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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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열(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전찬열

4차 산업혁명의 열풍이 수년전부터 불고 있다. 정부, 기업, 전문가들이 귀에 따갑도록 외치고 있고, 서점에서는 4차 산업혁명 관련 도서가 장기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 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로봇공학, 생명공학, 나노기술 등이 결합되어 모든 제품·서비스를 네트워크로 연결함으로써 사물을 초연결(hyperconnectivity)과 초지능(superintelligence)으로 이뤄내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초연결을 구축하고 초지능을 활용하는 것은 플랫폼(platform)이다. 4차 산업혁명, 결국은 플랫폼이 주인공이다. 플랫폼은 승객이 타고 내리는 승강장을 의미한다. 플랫폼 기업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나는 광장 또는 시장을 제공한다. 플랫폼 기업은 전통적인 게이트 키퍼(gate keeper) 즉 통제자가 사라지고 공급자와 수요자가 직접 피드백을 하면서 자동 시장 통제가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아마존의 킨들 플랫폼만 있으면 누구나 책을 출간할 수 있고 소비자의 반응에 따라 책의 인기가 결정된다.

이에 반해 전통적인 대기업은 파이프라인(pipe line)에 해당된다. 파이프라인은 가스나 기름이 흘러가는 송유관을 의미한다. 파이프라인 기업은 제품이 파이프라인의 한쪽 끝에서 디자인되고 제조된 다음 다른 쪽 끝에 있는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파이프라인 기업의 문제점은 파이프라인에서 곳곳에 게이트키퍼가 존재하여 통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출판 산업에서 편집자가 수천종의 원고들과 필자들 중에서 책과 저자를 선별하게 된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인터넷 혁명을 주도하는 4인방은 글로벌 시가총액 선두를 다투는 초일류 기술기업이다. 검색엔진, 온라인 커머스, 소셜 미디어, 컴퓨터 하드웨어라는 각각의 분야에서 전혀 서로 상관없을 것 같이 보이는 이들 회사를 하나로 묶는 공통점은 바로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이다.

아마존은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스토리와 비전으로 유통업계의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고, 애플은 대중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고가 명품 브랜드로 프리미엄을 얻게 되었다. 전 세계인을 이어준 페이스북은 우리가 자발적으로 제공한 사진과 정보를 통해 광고 수익을 얻는다. 신뢰성 높은 검색 기업으로 거듭난 구글은 모든 기업들이 자신들을 통할 수밖에 없도록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이 성장하는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다. 첫째, 지렛대 역할을 통해 단기간에 투자 대비 높은 성과를 제공한다. 둘째, 많은 관계자를 참여시켜 돈을 버는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 셋째, 소비자가 원하는 모델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넷째, 네트워크 기반경제를 구성하는 시장이다. 예를 들면 싸이라는 가수가 강남 스타일이라는 노래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해 준 것이 유튜브라는 플랫폼 기업이다.

파이프라인이 지배하는 전통적인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외부 경쟁 상대를 관찰하고 적응할 시간이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느린 변화에 맞게 여유롭게 전략 프로세스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빠르고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플랫폼 세계에서 시장은 빠르게 바뀌고, 고객의 기대치는 더 빨리 바뀐다. 게임의 규칙이 규모와 경험, 자원 싸움에서 네트워크 경쟁으로 바뀌었고, 유연함과 빠른 전환 역량이 오히려 유리한 위치를 누리게 해 준다.

흔히 한국의 4차 산업혁명에는 플랫폼이 없다고 우려한다. 아시아에서 최초의 대형 메시지 플랫폼으로 네이버가 개발한 라인은 위챗(WeChat)에게 빠른 속도로 추월당했다. 세계적 기업인 삼성과 LG도 애플에 비해 플랫폼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의 유전자 속에는 빨리빨리와 비빕밥의 문화가 있다. 밥과 반찬을 섞어서 후딱 비벼 먹는 비빕밥은 속도와 융합이 본질인 4차 산업혁명과 궁합이 맞다고 볼 수 있다. 세계적인 플랫폼 기업으로 한국 기업들이 우뚝 서기를 기대해 본다.

 

전찬열(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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