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산청·함양군지에는 양민학살사건이 없다
[경일포럼]산청·함양군지에는 양민학살사건이 없다
  • 경남일보
  • 승인 2018.11.1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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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경남작가회의 회원)
거창·산청·함양사건은 6·25전쟁 중인 1951년 2월 7일부터 11일까지 5일 동안 국군 제11사단 제9연대 제3대대가 작전명령 제5호에 따라 산청군 금서면 방곡리 가현마을을 시작으로 방곡마을, 함양군 휴천면 동강리 점촌마을과 유림면 서주리 서주마을, 거창군 신원면 덕산리 청연마을, 탄랑골, 박산골에서 주민들이 집단으로 학살된 사건이다. 3대대는 산청·함양 작전지역에서 705명의 양민을 학살하고 2월 7일 오후 6시경 마지막 학살지인 서주리를 빠져나가서 함양군 생초면 어서리에 있는 생초초등학교에 저녁 8시경 도착하여 학살한 마을에서 끌고 온 가축을 잡아서 잔치를 벌이고 1박하였다. 다음 날에도 이어지는 살육을 준비하기 위해 밤늦도록 잔치를 벌였다. 수많은 사람을 죽여 놓고서 작전명령 제5호를 완벽하게 수행했다는 생각에서 피 묻은 손으로 잔치를 했다. 이미 이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이튿날 오전 6시 생초초등학교를 출발하여 오부면을 거쳐서 신원면에 도착하여 또다시 주민들을 집단학살하였다. 신원면에서 719명이 죽었다.

사건이 일어난 후 2월 13일, 군은 신원면에 부분 계엄령을 내려 주민을 통제하고 통비분자 187명을 사살했다는 허위 담화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진실이 수면 하로 묻히는 듯이 보였지만 사건발생 46일 만인 3월 29일 제54차 국회 본회의에서 거창 출신 국회의원 신중목이 폭로했다. 10년 후에 공개된 1951년 3월 29일의 비공개회의록에 의하면 신중목 의원은 자신이 “비밀회의를 요청한 것은…저 자신은 확실한 증거가 있는 조사를 할 도리가 없음으로 해서 이 숫자가 담박 말이 나가면 우리 국가에 도움이라는 일을 위해 좋은 일이 없다고 해서 나는 비밀회의를 요청한 것입니다. 동시에 거창군 인접인 산청, 함양에도 숫자는 모르지만 전투작전 시기에 많은 사람이 상한다는 말이 지금 민간에는 돌고 있어요”라고 하였다. 처음부터 모두가 알고 있었다. 국회가 자체조사단을 구성했지만 산청·함양사건은 조사하지 않았다. 이후 진행되는 정부 합동조사단의 발표, 국회의 결의문 채택, 고등군법회의에서의 거창사건 재판과정에서도 일체 산청·함양사건은 거론되지 않았다.

이렇게 조용하다가 1960년 4·19혁명 이후에 발생한 거창군 신원면 박영보 전 면장 피살사건을 계기로 9년간 묻혀 있었던 산청·함양 양민학살 사건을 언론에서 보도하기 시작했다. 5월 16일자 한국일보는 ‘참(慘)! 양민 800명을 무차별 사살-10년 만에 드러난 또 하나의 학살’이라는 제목으로 산청·함양사건이 ‘세칭 거창사건보다 더 큰 대학살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세상에 드러난 바 없었고 국회에서도 논의된 일이 없었다. 그 원인은 아무도 이 억울한 사정을 대변해 주는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보도했다. 경상대 강희근 교수에 의하면 이것이 역사상 첫 번째 보도였다고 한다.

이와 같은 아픈 역사에 대하여 함양군지에는 ‘제3장 독립운동과 전란사(戰亂史) 제3절 6·25동란’ 부분에서 여순반란, 공비의 준동(蠢動), 6·25동란의 발발과 동란 중 공비활동 개요 등으로 구분하여 당시의 전투상황은 자세히 기록하고 있으나 정작 9연대 3대대의 민간인 학살사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내용이 없다. 2006년에 발간한 산청군지 상권의 제1편 총론 제6절 산청군 중요 연표에서도 민간인 학살사건은 빠져 있고 제2편 역사에서도 일제강점기까지만 서술되어 있을 뿐이다. 다만 하권 제9편 사회 제6장 사회단체에서 산청·함양 양민사망자 유족에 대하여 간략한 설명과 임원 명단을 수록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1997년에 발간된 거창군사(居昌郡史)에는 ‘제2편 역사적인 변천, 제3장 역사, 제20절 광복 이후의 거창, 6항 거창양민학살 부분에서 아주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아픈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기 위해서는 정사(正史)에 제대로 기록해야 한다. 왜냐하면 불행한 사건을 더 이상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잊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점석(경남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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