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경제위기의 조짐(兆朕)
[경일포럼] 경제위기의 조짐(兆朕)
  • 경남일보
  • 승인 2018.11.1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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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완(칼럼니스트)
조짐(兆朕)이라는 단어 뜻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어떤 일이 벌어지기 전에 나타나 앞으로의 상황을 미리 보여주는 사물이나 현상이다. 초기 동양사회에서 점을 칠 때 거북이 등껍질 등에 구멍을 낸 뒤 불에 달군 막대기를 꽂으면‘피시식’하는 소리와 함께 벌어지면서 금이 나타난다. 그런 금의 흔적을 형상으로 보여주는 글자가 조(兆)다.

짐(朕)도 원래는 중국 고대에서 ‘나’라는 1인칭 표시 또는 ‘나의’라는 1인칭 소유격의 뜻이었는데 진시황제 때 문자와 법률, 문물 등을 통일하면서 황제나 군왕이 스스로를 부를 때 이 글자가 쓰였다. 그러나 군왕 등이 제 호칭으로 쓰기 이전의 본래 뜻은 ‘틈’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조짐(兆朕)은 ‘금과 틈’이란 뜻이므로 언제 갈라질지 모르는 ‘미리 드러내 보이는’ 징조 또는 징후다.

우리 국민들은 이미 ‘심각한 청년실업, 저 출산,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 정책, 고용 부족, 거제 등 지방경제의 황폐화, 증시폭락(10월) 등’의 폐해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특히, 2017년까지만 해도 매년 25만 명 이상이던 취업자 증가폭이 올해 10만 명대로 주저앉았다. 많은 사람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결과”로 보지만 정부는 인정하기를 꺼린다. 실업자 수가 113만 명(통계청 9월 12일 ‘고용동향’)으로 8개월 연속 100만 명대를 웃돈다.

뿐만 아니라 한국개발연구원은 10월10일 ‘KDI 경제동향’ 10월호에 “우리 경제는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투자 감소와 고용 부진으로 인해 내수 흐름은 정체되어 있는 모습”이라고 했다. 8월까지 경기 개선 추세, 9월엔 수출 증가세가 유지돼 경기의 빠른 하락에 대한 위험은 크지 않은 상황으로 진단을 바꾼 데 이어, 10월에도 개선 추세 문구를 넣지 않았고 ‘정체’라는 표현도 처음 나왔다.

그런데 현 상황을 인식했던지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일자리 경제”를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대통령을 보좌하던 ‘정책실장’과 “소득주도성장만으로 우리 경제가 성장으로 간다는 것은 옳지 않다며 ‘소득주도성장, 일자리 중심 성장, 사람 중심 성장’을 합친 혁신성장”을 추진하던 경제부총리를 동반퇴장 시켰다.

현 우리경제 상태를 놓고 ‘위기’로 보거나 지난 2008년의 ‘세계금융위기’나 1998년의 ‘아시아 외환위기’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문제는 조짐을 어떻게 읽고 있느냐다. 1997년 ‘외환위기’ 시 대통령은 조짐을 알지 못했고, 2008년의 9월부터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는 조짐을 읽지 못했다. 심지어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이라는 조짐의 낌새조차 읽지 못했던 것 같다.

‘세계금융위기’나 ‘아시아 외환위기’의 타산지석(他山之石)은 우리가 새겨볼만한 단어다. 국내 경제상황도 좋지 않지만 더 심각한 것은 미·중의 무역 분쟁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위기가 닥칠지 걱정이다. 중국은 경제가 위기에 빠지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기부양책을 쓰던지 미국에 항복하여 미중 간 무역을 정상화하려 할 것이다. 미·중이 기침만 해도 우리는 감기에 걸릴지 모른다.

좋은 보고와 홍보를 위한 지표만 발표하지 말고 세계경제와 국내 경제 실태를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지표뿐만 아니라, 북·미간의 심상찮은 반응과 “지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는 시장잡배나 뱉어야 될 말이 남북정상회담 ‘한국대표기업가’에게 던져진 말이라니 어이가 없다. 위기라는 말이 기우(杞憂)였으면 좋겠다. 조짐을 읽고 미리 대비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강태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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