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남(시인,논술강사)
서명을 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서명 운동이다. 최근 몇 가지 사회문제에 나는 동참했고, 주로 진주여성민우회를 통한 서명으로 연결된다. 매주 화요일 오전 진주여성민우회 여성학 책읽기 소모임에 가면 회원들은 가끔 각자 자신들의 주력 분야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서명 용지를 내밀기도 한다. 서명조차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구나. 서명을 하면서 느낀다. 사안의 진실만 본다면 용기고 뭐고 필요 없는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그 어떤 누구에게도 침해당해서는 안 되는 인권이 있다. 하물며 청소년에게 없어서야 되겠는가.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읽은 책 중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는 책이 있다.
하이타니 겐지로의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이다. 이 책은 생활의 막다른 골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막막해질 때 해답을 주곤 한다. 책 속에 길이 있다란 말은 적어도 나에게는 케케묵은 말이 아니라 엄연한 진리이다. 이 책은 최근 서명한 경남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일각의 걱정을 풀어주고 부정적인 시각에 대한 해법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게 한다.
서명운동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 중 하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말로만 옳다 그르다 이야기 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합의를 이끌어 내어 더불어함께 잘 살아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책은 아이라는 존재의 불가사의에 대해 보여주며 무한한 가능성을 직접 제시한다.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한 하이타니 겐지로는 생각만 있고, 말만 떠드는 것을 극히 경계하며 인간이 아름답게 존재하기 위해 저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책에서 인물들은 다른 사람들이 당장 곤란을 겪게 될 일을 하지 않고 자신들의 일을 하면서 저항한다.
얼마 전 존경하는 어른이 학생인권 조례에 찬성한다 하시며 걱정을 앞세우면 일을 할 수 없다고 하셨다. 그 분한테서 하이타니 겐지로를 만난다.
정진남(시인,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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