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구치소와 숟가락 정치
거창구치소와 숟가락 정치
  • 이용구
  • 승인 2018.11.1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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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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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구치소 문제가 5년여 동안 갈등을 겪고 있지만 그동안 중앙정치권 관심 밖의 일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도지사가 후보시절 거창을 방문하여 원안 추진 반대측에 힘을 실어주면서부터 민주당 국회의원 한두 명이 거창군을 방문해 이름을 알리고 돌아갔을 뿐 구치소 문제는 그대로였다. 그동안 정권도 바뀌었고, 햇수로 벌써 5년. 거창이 외롭게 버텨온 기간이자 사회갈등 조정 역할을 방기한 정치권의 무관심의 수치이기도 하다.

그랬던 정치권이 새로 부임한 한국당 소속 군수가 더 이상의 행정력 낭비 등 손실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원안 추진 방침을 밝히자 민주당 군의원이 반발하면서 단식까지 이어졌다. 그러자 청와대 등 여권 인사들이 대거 거창군을 찾아 한동안 지역이 떠들썩했다.

존재감 없던 한국당 지역구 국회의원은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를 들락거리며 언론에 노출되자 뒤늦게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여당을 향해 날을 세우며 목소리를 냈다. 강석진 의원은 입장문에서 “그동안 수차례 법무부 장관 등을 만나 노력했지만 원안 추진 고수로 결국 거창군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원안 추진 결단을 내려 문제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힐 것으로 기대했다”며 “그런데 사업 추진에 책임 있는 여당인 민주당이 오히려 갈등을 확대시키고 있는 형국이다”고 여당의 행위를 비판했다.

앞서 여권 인사들은 거창군의 원안 추진 방침에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민주당 민홍철 의원의 국회차원 법무부 장관 압박에 이어 박광온 최고위원, 김상회 청와대 자치발전 행정관, 명희진 경남도 정무특별보좌관 등이 거창군을 잇따라 방문했다. 일부 인사는 마치 군수의 행위가 잘못됐다는 듯 군수를 만나 ‘입장 전달’과 ‘군민여론 수렴 방안 모색’을 요구하고는 반대측과는 “당 차원의 해결방안을 찾아보겠다”며 카메라 앵글에 포즈를 취하고는 돌아갔다. 지난 16일 경남도 주재로 찬반 양측 등 5자가 해법찾기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구치소 설계 당시부터 비민주적 사업과정 등 5년간 깊어져 온 불신의 골은 깊다. 그러나 이미 투입된 사업비와 새로운 장소의 민원 등 모두가 만족할만한 대안제시와 관련해서는 정부여당도 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진정 지역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깊은 고민을 거쳐야 다수가 수긍할 해법도 마련할 수 있다. 일단 ‘숟가락’이라도 얹고 보자는 해묵은 정치 관행이 혹시라도 거창에서 다시 되풀이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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