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인터넷 생중계, 효율성으로 따질 일인가
의회 인터넷 생중계, 효율성으로 따질 일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18.11.1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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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란(생활정치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 운영위원)
진주시의회는 진주시민의 대의기구이다. 시민을 대신해 지방자치단체의 주요한 의사결정을 한다. 즉 시의회는 지역민의 대리자로서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기구인 셈이다. 그런데 시민에게 권리를 위임받은 시의회에서 시민의 알 권리를 제한한다면 그들에게 표를 주었던 주권자로서의 시민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난 9월 17일, 그동안 진주시의회 활동을 모니터해온 ‘진주시의회 의정모니터단’은 진주시의회에 의회 회의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할 것을 제안했다. 시의원 21명에게 제안서를 보내는 한편, 박성도 시의회 의장과 면담,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과 간담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터넷 생중계의 필요성을 전달했다. 비록 몇몇 의원은 답변을 하지 않거나 시간을 두고 검토해야 한다는 이견을 보이기도 했으나 대체로 인터넷 생중계를 실시하자는 데 동의를 표명해왔다. 의정모니터단이 제안한 인터넷 생중계 안을 찬성하고,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이었다. 더불어민주당과의 간담회에서는 “내년 예산안에 반영이 안 된다면 추경에서라도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의원도 있었다. 속내야 알 수 없지만 드러내놓고 반대하는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인근 다른 지방의회에서도 본회의와 함께 상임위, 특별위의 회의까지 생중계를 하는 곳이 많아 사실 반대할 명분이 없긴 했다. 표면적으로는 시의회의 인터넷 생중계를 추진하는 데 아무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주시의회에서 어느 누구도 회의규칙을 개정하자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인터넷 생중계를 요구하는 시민의 요청에 효율성을 내세우며 미적거리고 있다. 다른 지방의회에서 예산을 들여 생중계 장비를 구축했더니 조회 건수가 적어 예산 대비 비효율적이란 핑계다. 언제부터 시의회 의원들이 물건 값을 흥정하는 장사치처럼 시민의 권익을 놓고 손익부터 계산하게 되었는지 개탄스럽다. 인터넷 생중계는 효율성을 따질 사안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13년 9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지방 의회 모든 회의는 인터넷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법적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지방 의회의 투명성을 높이고 지역주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당위적인 취지에서다. 다른 지방의회는 차치하고서라도 진주 인근의 함양, 거창, 합천 등의 군의회에서도 이미 인터넷 생중계를 시행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진주시의회에서 이를 시행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의회 당사자인 의원으로서도 안타까워할 일이지 조회 건수를 세고 있을 일은 아니다.

물론 지금도 시의회의 의정활동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경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의회가 열리는 회기에 맞춰 의회 사무국을 직접 방문하여 회의장에 참석할 수 있는 방청권을 발부받으면 방청할 수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의회 홈페이지에서 회기가 끝난 후 한 달여 만에 공개하는 회의록을 열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업에 종사하는 시민들이 평일 낮 시간대에 열리는 의회를 방청하려고 휴가를 낼 수는 없지 않은가. 또한 모니터를 통해 방대한 분량의 회의록을 읽어내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은 일이다. 현행 제도에서도 시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시민들의 헌신적인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구조이다. 이에 반해 언제 어디서든 의회 회의 과정을 동영상으로 시청할 수 있는 제도가 인터넷 생중계이다. 시민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고충을 듣는 것도 시의원들이 해야 할 일이지만 시민들을 대신해 지방자치의 의사 결정을 제대로 하는 것이 의원들의 중요한 책무이다. 그러한 회의 과정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것이야말로 의회의 투명성을 높이고 지역민이 참여하는 열린 의회로 나아가는 길이다. “항상 열려 있는 시의회가 되겠다”는 진주시의회에서 회의 과정을 생중계하는 것도 망설인다면 ‘열린의회’라는 빛 좋은 개살구는 그만 거두는 것이 마땅하다.
 
정미란(생활정치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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