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94> 경주 소풍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94> 경주 소풍
  • 경남일보
  • 승인 2018.11.1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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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100여 년 전 한반도 동쪽에 터를 잡아 사로국으로 시작한 신라는, 4세기 후반 제17대 내물왕이 주변 소국을 정복한 뒤 왕권을 강화해오다가, 6세기 후반 제24대 진흥왕 때 강력한 군사력으로 한강 주변 지역을 차지하여 고구려를 공격하는 등 삼국 통일의 기반을 다져, 마침내 7세기 후반 제30대 문무왕이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키며 삼국 통일을 이루어, 정치 경제 문화가 더욱 발달하며 불국사 석굴암과 같은 귀중한 문화유산들이 탄생했다.

천 여 년의 찬란했던 신라역사도 왕족과 귀족 간의 다툼으로 점차 혼란에 빠져 제56대 경순왕이 고려에 항복함으로써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수도였던 경주에는 신라의 천 년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살아 있는 박물관으로 초기부터 통일 이후까지 역사를 보여 주는 유적과 유물들로 가득하다. 경주에서 신라의 문화를 이해하며 더 빛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친구가 우리를 안내해준다니, 여러 친구들의 의견을 종합 조정하여 문학과 예술, 역사가 함께하는 소풍을 경주에서 가졌다.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산죽 한정식1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산죽 한정식

수집한 정보로 기획에서 준비까지 만전을 다한 임원진께 감사의 인사를 먼저 올리며, 경주 도착부터 돌아오는 시간까지 전문 여행 가이드보다 더 자상하고 친절한 안내로, 전문 지식이 편안하게 녹아들만큼 깊이 있는 설명을 하여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친구에게도 고마움을 표하며, 친구들이 함께 꾸민 소풍은 동기회 사무실을 출발하여 안개가 자욱한 남해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시작이다. 간단한 간식을 나누어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며, 소풍에 대한 안내와 함께 필요한 것들을 공급하려고 해도 예전과 달리 술을 마다하는 친구들이 많아 조금은 서운하지만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생각하면 대 만족이다.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 후 경주 시내로 진입 경주박물관주차장에서 안내해 줄 친구를 모시고 석굴암을 향했다.

하지만 석굴암으로 오르는 길은 온통 주차장이다.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의 산물인 것처럼, 아래 큰 주차장은 텅 비어있지만 불국사 입구까지 차를 끌고 오는 사람들 때문인 것 같아, 시청 사찰 시민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계획한 석굴암을 가기에는 무리일 것 같아 우리가 많이 가본 석굴암은 생략하고, 아름다운 가을 단풍이 손짓하는 길가의 동리·목월문학관을 찾았다.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동리목월문학관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솔거미술관1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솔거미술관

동리·목월문학관 영상실에서 잘 알지만 너무나 숨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는 무녀도의 김동리와 나그네의 박목월에 대한 소개 말씀과 함께 영상을 보고, 다솔사에서 만해와 함께 민족의식을 다지며 불경을 공부하며 출가를 꿈꾸었던 동리와 그의 권유로, 조선청년문학가협회의 준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박두진 조지훈 등을 알게 되어 청록집을 발간하게 되었다는 목월의 문학 세계를 깊이 있게 느껴본 후, 문학관을 나와 신라를 빛낸 인물들을 잠시 둘러보고, 만추의 가을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는 산죽한옥마을로 이동하여 경주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특색 있는 한정식으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안주를 차근차근 내어 법주도 한 잔하며 그래도 경주에서는 괜찮다는 점심을 먹고 경주문화엑스포주차장으로 이동하여 경주타워에 대한 설명을 듣고 비탈길을 올라 솔거미술관으로 갔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 내에 건립된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지원한 최초의 공립미술관이라, 경주의 상징적 건축물인 경주타워가 보이는 곳에 우뚝 자리하여 분위가 더 있어 보이며, 주요 작품은 유명한 박대성 화가의 작품들로 채워져 있어, 수묵화가 갖고 있는 따스함과 소박함이 우리들에게 오랜 여운으로 남는 호강을 했다.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성덕대왕신종

미술관을 나와 아사달조각공원을 지나 잠시 이동하여 경주박물관으로 가서 먼저 성덕대왕신종을 보았는데, 성덕대왕신종은 경덕왕이 아버지 성덕왕의 명복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고, 봉덕사종 혹은 에밀레종이라고도 하며 20분마다 녹음된 종소리를 들려주어 말로만 듣던 에밀레종의 은은한 종소리를 들어본 후, 귀한 금관 등의 다양한 전시품 앞에서 강력한 왕권의 신라왕국을 그려보다가 밖으로 나와, 가람의 배치와 석가탑과 다보탑에 대한 설명에도 잠시 빠졌었다.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동화매운탕

박물관을 나오니 겨울을 재촉하는 보슬비가 내리지만, 다행이도 소량이라 안압지로 익숙한 동궁과 월지 월정교 교촌마을 첨성대 석빙고 등을 계속하여 둘러보고, 정겹게 돌다리를 건너 주차장 앞 동화매운탕에서 돌솥밥에 메기탕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나와, 다시 차를 타고 월정교 첨성대 안압지 등의 야경을 즐기며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고 애쓰는 좋은 친구와 다음을 기약하는 인사를 나눈 후, 근대문학과 신라의 역사와 문화가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주 소풍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진주로 빗길을 달렸다.

/진주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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