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공짜 점심은 없다
[독자투고]공짜 점심은 없다
  • 경남일보
  • 승인 2018.11.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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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민(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
천성민

아침 출근길, 꽤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집 앞 도로변에 줄지어 서있는 관광버스와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등산복 차림의 중년들을 보고서야 깊어가는 가을을 느낄 수 있었다. 안간힘을 다해 매달려 있는 마지막 잎을 보기 위한 시민들의 바지런함 속에서도 나는 잠시 다른 생각에 잠겼다. ‘늦가을 단풍, 얼마나 좋을까’ 대신 ‘저기 어딘가에 정치인이 있겠지?’ ‘기부행위 같은 선거법 위반행위가 발생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앞차의 뒤꽁무니만 습관처럼 쳐다보며 출근했다.

기부, 사전적 의미로는 ‘자선사업이나 공공사업을 돕기 위하여 돈이나 물건 따위를 대가 없이 내놓음’이다. 포털에서 검색하면 빈곤아동, 난민 등을 돕기 위한 사이트들이 수없이 검색된다. 이처럼 기부는 일상생활에서 긍정적 의미를 가지지만 선관위 입장에서는 ‘기부’라는 단어는 그리 좋은 의미로만 쓰이지는 않는다. ‘행위’가 붙어 수사기관에서 사용하는 ‘범법행위, 범죄행위’와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로 통용된다. 이는 ‘고무신선거, 막걸리선거’ 시대에서 비롯된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와 함께 파생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기부행위란 도대체 무엇일까? 쉽게 풀이하면 선거인과 그 선거인과 연고가 있는 자에게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물품을 표(대가)를 바라면서 제공하는 그러한 행위를 말한다.

정치인은 자신의 표를 정치적 역량 혹은 참신한 정책으로 늘리려는 노력 대신 ‘돈’으로서 승부를 보려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러한 행위에 소요된 비용 대비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가령 후보자가 선거인에게 점심을 제공했다면, 선거인은 진 빚(?)을 갚기 위해 공약, 정책은 고려하지 않고 공짜 점심 한 그릇에 자신의 주권을 표로 보상을 해주려 할 것임은 자명하다.

과연 그 점심 한 그릇은 공짜였을까? There is no such a free lunch in economy.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로, 이면에는 이미 그에 상응하는 ‘비용’이 포함되어 있어 당장 공짜로 보이는 것도 그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는 뜻이다. 상대적으로 비싸게 치러야 할 수도 있는 밥값, 즉 공짜 밥 한 그릇을 선택한 대가는 그 점심 밥값 만큼이 아니라 이로 인해 포기한 풀뿌리민주주의일 수도 있다. 어찌 이를 경계하지 아니할 수 있겠는가.

대중은 과거보다 정치 영역에서 큰 의식의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일부 정치인과 유권자들은 여전히 선거에서만큼은 구태와 무관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정치인과 유권자 모두가 이러한 현실을 자각하고 올바른 양심과 자질을 갖춘다면 깨끗하고 미래지향적인 선거풍토가 정착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의식이 지속적으로 작용할 때만이 대한민국의 민주정치는 한 계단씩 성숙해 나갈 수 있다. 묵을 대로 묵고 오래된 위법행위는 역사 속으로 보내고 새로운 선진 선거문화를 맞이하는 데에 우리 모두 힘써 보는 건 어떨까.


천성민(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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