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도전]우리말 지킴이 이우기 경상대 홍보실장
[행복한 도전]우리말 지킴이 이우기 경상대 홍보실장
  • 임명진·박현영
  • 승인 2018.11.17 2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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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말께서는 안녕하신가요?

“외국 사람들이 한국말이라고 배운 것들이 실상은 외래어라고 알게 된다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겠어요. 우리말과 글을 더욱 더 가꾸고 보호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이우기 경상대학교 홍보실장은 우리말과 글의 소중함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은 ‘2018 우리말 지킴이’로 이 실장을 비롯한 5명을 선정해 발표했다.

특별상에는 한류열풍의 주역으로 떠오른 가수 방탄소년단이 수상해 눈길을 끌었다.

이 실장의 수상이 알려졌을 때 그를 아는 주변에서는 마치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평소 우리말 사랑이 남달랐다. 그는 30여 년 전 부터 잘못된 언어 사용을 바로 잡는 일에 앞장서 왔다.

1994년부터는 ‘진주 우리말 우리글 살리는 모임’, ‘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의 편집 일꾼으로 일하며 지역에서 정체불명의 외래어와 인터넷 신조어 등을 퇴출하는 우리말 사랑 실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그는 왜 이토록 우리말 사랑에 빠진 것일까.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재학 당시 우리 사회의 치열했던 한글전용과 국한혼용 논쟁을 지켜봤던 그는 “우리말과 글은 우리 사회가 소통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을 깨닫고 우리말 운동에 전념하게 됐다”고 말했다.

새로운 문물이 외국에서 국내에 들어올 때 함께 들어오는 말을 그대로 받아서 쓰는 사람과 이를 어떡하면 쉽고 편한 우리말로 바꿔 쓸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 사이에는 큰 정신의 차이가 있다고 했다.

“말과 글에는 그 말과 글을 쓰는 사람의 정신이 깃들어 있어요. 그게 우리말과 글을 써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는게 그의 신념이다.

졸업 후 언론사인 경남일보에 입사하면서 그는 한층 더 전문성을 갖추게 됐다.

교열부에 근무하면서 두꺼운 국어사전을 늘 옆에 끼고 살았다.

신문의 용어는 우리 말 표기 보다는 맞춤법과 표준어를 지키자는 쪽에 가깝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국어사전이 너덜너덜해 지도록 맞춤법과 표준어 공부를 했다.

당시의 경험이 대학에서 근무하는 지금 각종 문서를 작성할 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간혹 지금도 글을 작성할 때 맞춤법이 맞는지, 표준어가 무엇인지 물어오는 지인들이 있을 정도다.

그는 지금의 우리말과 글이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고 보고 있다.

방탄소년단 등 한국 가수들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우리말과 글을 배우는 외국인들이 크게 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일본식 용어, 한자어, 외국어의 범람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는 말과 글은 마치 공기와 물 같아서 심각하게 오염되기 전까지는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완전히 오염되면 순화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사실 모든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인터넷 공간인 ‘다음’에서 ‘글 쓰는 삶, 생각하는 삶’이란 개인 누리집(블로그) 등을 운영하며 우리말을 살리고 바르게 쓰는 길을 알려주는 글을 쓰고 있다.

특히 언론이 잘못 사용하는 우리말 행태에 대해서는 신랄한 비판을 가해 눈길을 끌었다.

공공성을 띤 언론이 더욱 우리말 사용에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는 ‘우리말께서는 안녕하신가요?’ 라는 책을 펴냈다

겉으로는 한권의 책이지만 그 안에는 수년간의 우리말과 글에 대한 그의 고민과 열정이 담겨 있다.

이런 열성적인 활동은 그의 주변에서도 우리말 사용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지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그가 속한 한 모임은 매년 열고 있는 ‘햅쌀데이’라는 행사명을 올해부터는 ‘햅쌀잔치’라는 우리말 이름으로 바꿨다.

매년 직접 농사를 짓고 수확한 햅쌀로 떡을 만들어 작은 잔치를 열고 있는데, 행사명에 있는 ‘데이(day)’라는 영어를 ‘잔치’라는 우리말로 고쳐 쓴 것이다.

그는 “개인과 단체와 정부가 함께 노력하면 지금과 같이 대책 없이 들어오는 외래어를 막을 수 있고 아직도 우리말과 글에 숨어 있는 정체불명의 외래어 들을 몰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 전반에는 우리말 사용 경시현상이 깔려 있다.

페스티벌, 고수부지, 노견, 랜드 등 얼마든지 우리말로 대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습관처럼 영어나 한자, 일본식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가령 우천시 실내체육관이라는 안내문은 비 올땐 실내체육관이란 우리말로 고쳐 쓸수 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는 한 우리말을 지키는 일은 더욱 어려울 질수 밖에 없다.

“말과 글을 안 쓰면 계속 퇴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쓰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말과 글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는 “생각하지도 못한 수상의 영예는 우리말 지킴이 활동을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겠다. 지금까지 해 왔던 대로 생활속에서 나 자신부터 실천해 나가겠다”고 했다.


임명진·박현영기자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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