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경제투톱과 비서의 역할
[경일포럼] 경제투톱과 비서의 역할
  • 경남일보
  • 승인 2018.11.2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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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제1국정과제로 내세우며 ‘경제사령탑인 경제부총리는 위기관리 능력과 과감한 추진력을, 정책실장은 경제 불평등 문제를 연구한 학자로서 사람 중심,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산업 정책과 경제 민주화, 소득 중심 성장을 함께 주도할 최고 적임자로 판단했다’는 인선 배경을 밝히면서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을 각각 임명했다. 그러나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그 성과는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금의 경제현상은 3.5%의 실업률, 특히 8.4%의 청년실업률과 2.7%의 경제성장률은 3.7%의 세계 경제성장률에도 훨씬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내외 전문기관들의 2019년 전망치는 더욱 하향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의 원인은 2기 경제팀의 일성(一聲)에서 찾을 수 있다. 현 정부의 실세로 알려진 김수현 실장은 “경제사령탑은 자신이 아닌 경제부총리”라며 투톱(two-top)이 아님을 명확히 했다. 명확하고 적확(的確)한 말이다. 경제사령탑은 경제부총리가 확실하며 정책실장은 대통령 비서실의 한 부서임을 분명히 한다.

문제는 시스템에 의한 조직 관리와 운영체제이다. 경제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설계와 실행의 주체는 기획재정부 장관인 경제부총리가 최고의 실권을 갖고 책임감 있게 추진해야한다. 정책실장은 통일·외교·안보를 제외한 국가정책 전반과 관련해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제4공화국(박정희 대통령)시절 유신타도 등 사회가 극도로 혼란스러운 속에서도 경제는 꾸준히 성장하였다. 이는 경제장관(남덕우)으로 흔들림 없는 경제정책을 펼 수 있는 독자적 권한과 4년이란 역대 최장의 시간이 주어졌던 결과다. 그러나 이들 두 사람은 취임 초부터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불화설만 키워갔다. 특히 정책실장은 관료 기질이 몸에 밴 부총리가 정부의 국정 과제를 수행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볼멘소리로 경제정책에 관여하여 왔다.

비서실 등 최측근의 득세는 몰락을 자초한다. 이승만 정권 이후 최근 박근혜 정권의 몰락도 최측근 실세(비선)의 전횡이 난무한 결과이다.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위임받은 권한을 넘어 스스로 권력화 하는 것이다. 비서실의 권한이 비대해지면 조직은 독재와 비리가 만연해진다는 것을 우리는 보아왔다. 아무리 권력의 반열에 올라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 하더라고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면 무너지게 된다. 대통령의 비서실(정책실 포함)은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여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대통령의 뜻을 정부부처에 올바르게 전달하는 것이 기본임무이다. 문재인 정부의 1기 경제팀의 실패는 불화설에 있다. 불화는 자신의 영역을 넘어섬에 기인한다.

조직을 바르게 운영하는 것은 지도자의 몫이다. 모든 조직은 사람에 따라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하여 운영되어야 한다. 한비자에 전관(典冠;임금의 모자를 담당하는 관리)과 전의(典衣;옷을 담당하는 관리)의 고사가 있다. 한나라의 소후라는 왕이 어느 날 술에 취해 옷을 벗고 깜박 잠이 들었는데, 마침 전의가 자리를 비웠기에 전관이 임금의 옷을 덮어주었다. 그런데 왕이 깨어나 그 사실을 알고 전관과 전의를 모두 불러 이렇게 호통을 치며 벌하였다. “전관은 나의 관모(冠帽)에만 신경을 써야 하는 관직이고, 전의는 나의 옷에 관한 일에만 신경을 써야 하는 관직이다. 그런데 전관은 직책을 넘어 내게 옷을 덮은 과오를 저질렀고, 전의는 직책을 소홀히 했으니 둘 다 벌을 받아 마땅하다”라고 했다. 공자는 정치를 잘하는 비결을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 했다. 즉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자식은 자식답게’하도록 하는 것이 지도자의 최고 덕목이다.

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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