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 살 버릇 여든 간다
[기고] 세 살 버릇 여든 간다
  • 경남일보
  • 승인 2018.11.1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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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 (경상대 인문대학 학장)
▲ 임규홍


이른바 사립 유치원의 국가 지원비 부정 사용 문제가 잠잠해지는 듯하다. 국가나 사립 유치원 운영자의 슬기로운 지혜로 잘 풀려나가길 바란다.

이쯤에서 우리는 유아원이나 유치원이 인간의 발달 단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한번쯤 되새겨보아야 할 것 같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아니 그 이전 태아에서부터 인지나 인성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우리는 태교의 중요성을 익히 알고 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부모나 주위 환경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인간은 선천적인 언어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 능력은 후천적 환경에 의해 실현되어 언어 습관이 형성되고 인성이나 행동 양식 또한 태어나면서 짧은 기간 안에 후천적으로 형성된다. 일반적으로 모국어 습득은 유아단계인 0~3세에 옹알이단계를 지나 한 단어 두 단어시기까지 걸려 있다. 거의 문장을 만들어내게 된다. 200~400개의 단어를 습득하게 된다. 그 후 유치단계인 4~6세까지는 거의 완벽한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명사 500개, 동사 300개, 형용사 300개 정도 익히며 전체적으로 1000~1300개의 어휘를 습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유아와 유치단계에서 언어를 완벽하게 습득하게 된다. 이것은 이 단계가 인간의 언어 습관과 어휘를 통한 인지가 거의 형성된다는 말과 같다.

유치 단계와 유아 단계에서 언어와 인성 및 식성과 행동 습관의 대부분이 형성된다고 한다면 우리는 유아와 유치 단계의 교육을 어떻게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자녀들의 식성이나 말투, 행동 양상, 성격이 부모와 닮아가는 것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고전적 인지발달 이론가인 장 피아제가 말한 감각운동기(0~2), 전조작기(2~7)의 인지발달의 중요성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유아원과 유치원시기의 인지와 인성과 습관의 발달은 인간의 전체 삶에서 결정적으로 작용을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학교 급이 올라갈수록 인간의 행동과 언어 인성은 점점 굳어져 행동 변화가 어렵게 된다. 그렇다고 초중고에서는 인성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사고 틀을 변화시키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유와와 유치단계에서 사회성과 협동과 소통의 능력을 길러주어야 하고 창의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 인간의 일생은 이 유아와 유치 단계에서 거의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유아교육이나 유치교육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새롭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등교육의 중요성은 올바른 유아교육이나 유치교육에서만 가능하다. 유아원과 유치원 교사는 더 엄격하게 양성하여 올바른 인성을 가진 교사들을 길러내야 하며 그들에게는 거기에 걸맞은 대우를 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유아원과 유치원 교육 예산을 대폭 증액하여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국가와 사립유치원설립자가 서로 싸울 일이 아니라 우리 후세 교육을 어떻게 올바로 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유아원이나 유치원이 교육기관인가 아닌가 하는 말은 말이 되지 않는다. 유아교육과 유치교육이 초중고대학 교육보다 더 중요한 교육임을 알아야 하며 사립유아원이나 유치원 설립자 또한 이러한 투철한 교육이념이나 사명감 없이는 유아원이나 유치원을 설립해서는 결코 안 된다. 한번 놓친 유아와 유치 시절의 인성과 습성은 되돌릴 수 없다. 유아와 유치교육은 한 사람이 평생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이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니다.


임규홍 경상대 인문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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