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허수경 시인의 고향
진주, 허수경 시인의 고향
  • 경남일보
  • 승인 2018.11.2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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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남 (시인, 논술강사)
정진남
“허수경 시인의 고향 진주에 오고 싶었는데, 반갑습니다.” 시사주간지 시사인 장일호 기자의 인사말이다.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해’의 저자인 그가 지난 10월 진주여성민우회 성평등교육 강사로 와서 했던 첫마디는 허수경 시인이었다. 시와 시인이 잊혀지는 시대에 장일호 같은 우리나라의 패기넘치는 젊은이들까지 좋아하는 시인이 허수경이었다.

시인은 내가 경상대학교 국문과에 입학했을 때 선배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실천문학)로 등단하여 열정적으로 시를 쓰고 있었다. 80년대 후반의 일이니 그를 직접 아는 사람들은 모두 50대 이상의 사람들이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젊은이들도 허수경 시인을 좋아하며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

시인의 시집을 다시 책꽂이에서 꺼내 보았다. 밑줄이 그어져 있는 시편들의 여백에는 따라 쓴 구절들이 꽤 많다. 이런 시를 쓰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했던 습작기 시절이었다. ‘잇몸 드러내고 휘모리로 잠겨가는 물결아...’로 남강을 노래한 유명한 시 ‘진주 저물녘’부터 ‘별 없는 밤하늘에 당신을 묻고 차가운 물의 노래를 부르는 가수를 지우기 위해…’의 독일에서 쓴 시 ‘이를 닦는다’까지. 시인은 그 어떤 시인도 따라잡을 수 없는 시편들을 선보이며 자기만의 시세계를 구축하여 우리나라 문단의 대표 시인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18권의 저서를 출간한 그녀의 작품세계는 견고하다. 곤고한 삶의 노래는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수곡 딸기와 문산 배, 진영 단감, 진주비빔밥처럼. 진주 실크와 장생도라지처럼 시를 읽으며 우리의 영혼은 가늠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강건함의 가능성으로 무장된다.

오늘 저녁 7시 진주문고(대표 여태훈) 2층 여서재에서 허수경시인의 추모 문학제가 열린다. 시인의 대학시절부터 잘 알고 지내 온 여 대표는 추모제의 취지를 말한다. “고향에서 시인을 기억하는 지인과 독자들이 모여 문학적 성취와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진다. 수익금과 모금액은 전액 추모기금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우리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라 문학사적으로 의미가 있다.

오늘 밤, 시인과 함께 한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 굳게 다문 입을 연다. 처음 만나는 허수경을 경험할 수 있다. 고향과 모국어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진 시인, 독일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시인의 삶과 죽음에 대해. 허수경 시인과의 첫만남을 기다리는 아침이 설레일 수밖에.
 
정진남 (시인,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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