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굽은 나무
등 굽은 나무
  • 경남일보
  • 승인 2018.11.2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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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주(전 경찰서장)
강선주

기후가 고약하기로 악명이 높은 로키산맥 고도 3000m에 수목 한계선지대가 있다. 나무가 생존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한계선이다.

이곳의 나무들은 혹독한 비바람 때문에 곧게 자라지 못하고, 왜소하고 비뚤어진 진채 살아간다고 한다. 허리를 펴고 고개를 쳐들었다가는 눈과 비바람의 시련 때문에 바로 부러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나무들은 언제나 고개를 숙인 채 아래만 바라보고 산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명품 바이올린은 바로 이 나무로 만든다고 한다. 혹독한 시련 속에 좌절을 수백 번 수천 번 되풀이 하면서 참고 견디다 보니 가장 아름다운 음을 내는 나무가 됐다고 한다.

인생도 이와 흡사하다고 생각된다. 고통 없이 살아온 사람에게 사람의 향기 나지 않는 것처럼, 내면이 깊은 사람, 향기가 진한 사람은 하나같이 한 겨울 매서운 추위와 눈보라 같은 시련을 견디고 일어선 사람들이다.

맹자 고자 편 15장에 천장강대임어시인야(天將降大任於是人也).필선고기심지(必先苦其心志). 노기근골(勞其筋骨). 아기체부(餓其體膚), 공핍기산(空乏其身). 행불란기소위(行拂亂其所爲). 소이동심인성(所以動心忍性). 증익기소불능(曾益其所不能)이라 하여 ‘하늘이 장차 어떤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 사람의 마음과 뜻을 괴롭히고, 뼈와 근육을 고통스럽게 하며, 신체와 피부를 굶주리게 하고, 육신을 궁핍하게 만들어, 하고자 하는 일을 어렵게 한 다음. 그 사람의 마음을 분발시키고 참고 견디는 성질을 기르게 하여, 나아가 이루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라고 했다.

최근 필자가 동남아를 여행하면서 우리나라 드라마가 가는 곳마다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놀라, 그 이유를 물어본 즉, 주인공들이 대부분 어려운 환경을 견디고 극복하면서 위기에 처하면 굴하지 않고, 통쾌하게 반전시키는 스토리에 매료 된다는 것이었다.

이렇듯 밍밍한 삶을 산 사람보다 드라마틱하고 역동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에게 애정이 가고, 결과 보다 과정이 더 흥미롭게 여겨지는 것은, 알량한 연륜 탓인지도 모르겠으나, ‘상처 없는 새가 어디 있으며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덕천강변을 따라 지리산 쪽으로 가다보면 간간이 등 굽은 나무들이 꾸부정한 허리를 두드리며 서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팍팍한 땅에서 만고풍상을 맨살로 버티면서,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는 법을 배우고 익히며, 저마다의 삶을 살아 온 모습에 가슴이 아려오는 애련의 정 같은 것을 느낀다.

 

강선주(전 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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