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나들이 (11)
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나들이 (11)
  • 경남일보
  • 승인 2018.11.2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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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 바지, 치마, 저고리, 두루마기
오늘은 우리 몸에 신거나 입는 것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몇 가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먼저 우리가 발에 신는 것을 ‘양말’이라고 하는데 ‘양말’은 한자말로 뜻을 풀이하면 ‘서양 양’에 ‘버선 말’입니다. 즉 ‘서양 버선’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새롭게 들어온 것이지만 그 구실은 우리 버선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새로운 이름을 붙일 때 한자가 아니라 우리 토박이말 ‘버선’을 살려 붙였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는 한자를 바탕으로 새로운 말을 만드는 것이 마땅했을지 모르지만 옛날과 많이 달라진 요즘 새로운 이름을 붙여 본다면 어떻게 붙일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서쪽에서 부는 바람을 ‘하늬바람’이라고 하는데 ‘하늬바람’에서 ‘하늬’를 따서 ‘하늬버선’이라고 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말은 제가 오래 생각하지 않고 얼른 생각해서 만들어 본 말이지만 우리가 함께 우리말다운 새말을 만드는 데 힘과 슬기를 모으면 더 좋은 말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말을 만들어 봄으로써 새롭게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양말’이 무슨 뜻인지를 모르는 아이들한테 풀이를 해 줄 때 써도 좋겠고 남다른 글이나 말을 쓰고 싶을 때 ‘양말’을 가리키는 말로 쓰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몸 안쪽에 바로 살에 닿게 입는 옷은 ‘속옷’이고 겉에 입는 옷은 ‘겉옷’입니다. 날이 추워지면 겉옷 안에 껴입는 옷을 ‘내복’ 또는 ‘내의’라고 하는데 저는 가장 안에 입는 이른바 팬티나 런닝셔츠 따위는 ‘속속옷’이라 하고 추울 때 껴입는 옷을 ‘속옷’이라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곤 합니다.

아래에 입으면 ‘아래옷’ 또는 ‘아랫도리’라 하고 위에 입으면 ‘웃옷’ 또는 ‘윗도리’라 합니다. 아래옷에는 ‘바지’와 ‘치마’가 있고, 웃옷에는 ‘저고리’와 ‘두루마기’가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원피스’라고 하는 옷은 위와 아래가 달린 말 그대로 ‘달린옷’이고 ‘투피스’는 윗옷과 아래옷이 따로 나뉘어 있는 ‘나뉜옷’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말을 북쪽에서 쓰는 말이라고 가르지 말고 어떤 말이 더 좋을지 머리를 맞대면 좋겠습니다.

저고리도 옛날 우리 옷을 가리키는 말로 ‘겹저고리’도 있고 ‘핫저고리’도 있습니다. ‘핫저고리’는 안에 솜을 두어 만든 저고리로 겨울에 입으면 딱 좋을 옷이지요. 다른 말로 ‘솜저고리’라고도 합니다. ‘겹저고리’는 솜을 두지 않고 거죽과 안을 맞추어 지은 저고리입니다. 그리고 ‘저고리’라는 말은 요즘 흔히 말하는 ‘재킷’을 달리 이르는 말인 만큼 많이 써 주시기 바랍니다.

좀 더 나아가서 우리가 흔히 ‘코트’ 또는 ‘오버코트’ 라고 하는 것을 말모이 사전에는 ‘외투’로 다듬어 쓰자고 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두루마기’의 쓰임새나 생김새와 많이 비슷하기 때문에 ‘코트’, ‘오버코트’를 ‘두루마기’로 부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우리에게 없던 말이기 때문에 새로 들어오는 것들의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것이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말에 있던 말 가운데 비슷한 것을 찾아 뜻을 더해 쓰기도 하고 새로운 말을 만들어 씀으로써 우리말을 더욱 넉넉하게 하고 우리가 생각을 더 넓고 깊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토박이말이 있는 것은 살려서 쓰고 새로운 말을 만들 때도 토박이말을 바탕으로 한 우리말다운 새말을 만드는 데 함께 힘과 슬기를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먼 앞날 우리말의 바람직한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를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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