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화살
두 번째 화살
  • 경남일보
  • 승인 2018.11.2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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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 (명상지도사)
강신

이글거리듯 타는 눈빛으로 당나라 진영을 주시하던 양만춘 장군은 결심한 듯 활줄을 힘차게 당겼다. 시위를 떠난 화살은 길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당태종의 눈에 꽂혔다. 고통에 울부짖던 당태종은 결국 회군을 결정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안시성 전투의 한 장면이다. 추측컨대 당태종을 고통스럽게 한 것은 첫 번째 화살보다 두 번째 날아든 화살 때문일 것이다. 물론 첫 번째 화살이 날아들었을 때 바늘 하나도 통과하지 못하도록 방어막을 쳤지만 당태종은 두 번째 화살을 맞았다. 왜냐하면 첫 번째 화살은 밖에서 날아왔지만 두 번째 화살은 안에서 날아오기 때문에 방패로는 막을 수 없다. ‘대국의 황제가 작은 안시성 하나를 함락하지 못하고 눈까지 잃다니’ 하는 자괴감이 찢어진 피부의 상처보다 더욱 깊고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이것이 두 번째 화살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두 번째 화살을 맞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얼마 전 남해고속도로 진영휴게소 부근에서 17t 화물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여 삼중 추돌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뒤따르던 승용차 운전자가 숨졌다. 조사 결과 화물차 운전자가 차로를 바꿔 승용차를 추월하는 과정에서 마찰을 빚은 데 화가 나 일부러 속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 화살은 추월로 인한 마찰이었으며 그 상황은 금방 사라졌다. 그런데 그때부터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이 날아들어 새로운 고통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길에서 지나가던 사람과 어깨가 부딪쳤다. 첫 번째 화살이 날아든 것이다. 아주 잠깐 동안 부딪친 부위에 통증이 일어났다가 금세 사라졌다. 통증은 사라졌지만 두 번째 화살이 날아든다. ‘뭐야, 저 사람이 일부러 친거 아냐?’ 다시 세 번째 화살이 날아든다. ‘맞아 평소 나를 싫어하던 XX가 시킨것일거야. 그렇다면 내가 그냥 갈 수 없지, 불러서 따져보고 본때를 보여줘야지.’

늦게 귀가한 남편에게 아내의 첫 번째 화살이 날아든다. “왜 맨날 늦게 와요, 옆집 아저씨처럼 일찍 와서 애들 공부도 좀 봐주고 그래요” “내일부터 일찍 오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면 화살은 제거되고 상처는 금세 아문다. 그런데 내면 깊숙한 곳에서 두 번째 화살이 날아온다. ‘뭐야, 나보다 옆집 아저씨를 좋아하는 거야? 그러고 보니 평소 쳐다보는 눈빛이 달랐어’ 늦게 온 상황은 사라지고 옆집 아저씨 때문에 싸움이 벌어지다 결국 “우리 헤어져”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이와 같은 여러 종류의 두 번째 화살을 피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답은 의외로 쉽다. 그것이 두 번째 화살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강신 (명상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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