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박꽃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박꽃
  • 경남일보
  • 승인 2018.11.2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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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꽃



무슨 죄를 저리 많이 지었을까

차마 해를 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걸 보니,

달빛 내리는 밤이 오면

소박맞은 박각시 하나 불러다

밤새워 맑은 이슬로 살아온 허물을 헹군다

-김유진



‘기다림’이라는 꽃말의 박꽃은 저녁 무렵에 피었다가 아침이면 시들어버리는 가엽고 참 서러운 꽃이다. 하얀 박꽃을 여인의 속살에, 기다림에 지친 여인의 얼굴에 비유하기도 한다. 낮에 피는 꽃들은 벌이나 나비 등이 수분시키지만 박꽃은 박각시나방이 수분을 시킨다는데, 이들의 생존 전략이다. 밤에 꽃이 벌어질 때 박을 찾아온 각시라는 유래가 있다.



디카시는 시적 형상을 이미지(사진)로 가져와 손상 없이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다. 전적으로 에이전트 역할을 하는 작가로 하여금 독자들을 스스로 재해석에 참여케 하는 장점이 있다. ‘죄로 인하여 낮에는 숨었다 밤에만 피는 꽃으로 살며시 박각시를 불러내 밤새 제 허물을 헹군다.’ 하얀 박꽃의 이미지에서 아름다운 스토리 한 편을 보는 듯하다.

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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